그리스 2차 구제금융 패키지를 논의해온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들은 2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13시간에 걸친 마라톤회의 끝에 그리스에 1,300억유로를 지급하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2차 구제금융 패키지의 핵심 목표는 지난해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160% 선에 달하는 그리스 부채를 오는 2020년 120.5%로 낮춰 그리스 경제를 지속 가능한 구조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유로존은 당초 GDP 대비 부채 비율 120%를 목표치로 제시했으나 이를 달성하려면 구제금융 규모가 지금보다 더 커져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목표수치를 소폭 끌어올렸다.
재무장관들은 또한 그리스의 재정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2010년 지급한 1차 구제금융 1,100억유로의 금리를 1.5%로 낮추는 한편 유럽중앙은행(ECB)과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그리스 국채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그리스에 돌려주기로 했다.
구제금융의 핵심 과제로 꼽혀온 민간채권단 부채탕감 비율은 53.5%로 정해졌다. 이에 따라 약 2,000억유로의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민간채권단은 1,070억유로가량을 포기해야 한다. 그리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국채교환 프로그램을 22일 개시할 계획이다.
그리스 구제금융을 계기로 그동안 수면 밑에 머물렀던 유로안정화기구(ESM) 증액 문제도 본격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유럽이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방화벽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7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대체하는 ESM은 상한액이 5,000억유로로 묶여 있어 덩치를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에 대해 "3월1일 EU 정상회의에서 이 같은 문제를 집중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