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은 잠시 진실을 가릴 수 있지만 영원히 가릴 수는 없다. 북한 황장엽노동당 국제담당비서의 망명은 그같은 역사의 진실을 되새기게 해준다.주체사상은 출발부터 김일성 부자의 우상화를 위한 허위의 이념이었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그것을 알았다. 그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폐쇄사회에 사는 북한주민들 뿐이었다. 주체사상의 설계자로 알려진 황비서의 망명은 주체사상이 북한의 심장부에서조차 폐기처분됐음을 의미한다.
주체사상은 자주 자립 자급등 그럴듯한 구호를 앞세우지만 사상적 체계는 없었다. 60∼70년대 북한의 중소등거리외교로 잠시 눈길을 끌었을 뿐 김부자의 우상화 및 주민에 대한 억압과 폐쇄의 논리로 줄곧 이용됐다. 반대파를 숙청하는 논리이자, 백성들의 귀와 눈을 막는 개화기적 외세배격논리에 불과했다.
그같은 시대착오적인 이념이었으므로 황비서가 말하고 있듯 북한이 사회주의 체제가 아니라 권력이 세습되는 봉건체제로 역사의 시계바퀴를 거꾸로 돌린 것은 피할 수 없는 귀결이었다. 경제적으로는 백성들의 굶주림을 해결하지 못해 외국에 쌀 구걸을 하는가하면, 외국의 핵쓰레기를 치워주는 대가로 외화벌이를 해야 하는 넝마주의 경제로 전락했다.
황비서의 고백에 따르면 『봉건사회라면 농민폭동이라도 났을 정도로 백성들의 삶은 참혹한데, 독재가 혹독하고 탄압이 무자비해 자력으로는 도탄에서 벗어날 수 없는 허위와 기만으로 가득한 암흑의 땅이 돼버렸다』는 것이다.
원래 주체사상에는 비록 굶을 지라도 구걸을 하지않는다는 자존심이나마 있었는데 지금은 자존심이고 뭐고가 없는 체면불구의 형편이 돼버렸다.
주체사상의 최대 허구는 남북관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남북한의 문제는 민족내부의 문제로 주체적으로 해결해야할 사안임에도 그들은 외세를 개입시키려고 한다. 지금도 남한을 따돌리고 미국과의 대화에만 매달려 남북화해와 협력을 가로막고 있다.
황비서의 망명은 북한의 체제가 이제 막다른 골목까지 왔음을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북한의 예측할 수 없는 도발에 철저히 대비하면서 통일을 준비해야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