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전기가 처음 들어온 지 120년이 됐고 이제 가정이나 공장에서 ‘단 1분, 1초’라도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에너지원’으로 자리잡았다. 전력인으로 살아온 지 어느덧 38년의 세월이 흐르다 보니 사람들이 전기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일반인들은 대부분 굵직한 송전선으로 고압의 전기가 흐르기 때문에 전자파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우려한다. 가전제품의 전자파 유해성 논란이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마당에 송전선에서는 무지막지한 전자파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허나 전자파는 주파수가 높은 ‘전계’와 ‘자계’라는 것이 상호작용을 하며 파동형태로 전파하는 것이다. 라디오ㆍTV의 송신파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전기선에서 발생하는 전자계는 주파수가 낮아 멀리까지 전파되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345kV 송전선로의 경우 선로 바로 아래의 전자파는 가전제품의 전자파와 비슷한 수준에 불과하다.
또 전기는 미리 계획하지 않고서는 공급이 불가능한 필수재이다. 발전소라는 것은 올해 건설계획을 수립하고 1~2년 안에 완공한 뒤 금방 전력을 생산, 각 가정이나 공장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설비가 아니다. 전력 생산에는 정확한 미래 수요를 예측한 뒤 최소한 10년 이상의 장기 플랜을 마련해 추진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일반인들은 전기의 품질이 다 똑같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절대 그렇지 않다. 전압 및 주파수 유지율, 정전시간 등에 따라 ‘양질의 전기’와 ‘불량 전기’로 나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전기 품질은 원자력발전소를 20기 가동하는 덕택에 세계 최고 수준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이다.
전기는 전력원으로부터 멀어지면 품질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발전소에서 소비지까지 이동하면서, 또 각 가정으로 분배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생기기 때문이다. 전기 품질을 계산할 때 송ㆍ배전 손실률도 지표로 사용된다. 배달과정의 손실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송ㆍ배전 시스템이 완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송ㆍ배전 손실률은 4.5%인 데 비해 일본과 대만ㆍ프랑스는 5.0~6.8%이고 미국과 영국은 7.0%, 8.7%에 이른다.
발전설비 분포를 지역별로 나눈다면 수도권은 20%에 불과한 반면 그 이외의 지역에서 80%를 생산한다. 결국 전기의 품질 유지를 위해 40% 이상의 전력을 사용하는 수도권에 더 많은 발전소를 건설해야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차제에 수익자부담원칙에 따라 수도권에 발전소를 중점적으로 짓는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 잘 알려진 대로 우리나라 서해안은 암반 지질이 많은데다 지진 발생빈도도 매우 낮다. 수도권에서 전체 전기의 40% 이상을 소비하면서 발전소는 먼 거리에 건설하는 것은 전기의 생산원가를 높이게 될 뿐 아니라 국가 에너지 관리 측면에서도 절대 불합리한 것이다.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교토의정서 채택에 따라 우리나라도 오는 2013년 이후부터 온실가스 의무감축 대상국에 포함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에 대비해 수도권에서도 대량의 온실가스 배출이 유발되는 공장이나 설비는 지금부터 통제해야 하고, 대신 청정에너지를 확보하도록 하는 국가에너지 전략을 시급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와 영국ㆍ캐나다ㆍ벨기에 등의 경우 주거지와 불과 10~15㎞ 정도 떨어진 인근지역에 원자력발전소를 건설, 전력을 공급하고 있는 것을 벤치마킹할 수도 있다. 우리라고 수도권에 친환경적이고 경제성 높은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지 못할 까닭이 있겠는가.
우리는 대형 국책사업이 이해단체나 주민들의 대립으로 표류, 세금이 낭비되고 국가경쟁력을 상실해온 사례를 많이 보아왔다. 원자력발전을 원자폭탄쯤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 때문에 원전 건설사업이 순조롭지 못한 적도 있었다. 가공할 위력으로 폭발하도록 만들어지는 원자폭탄과 전기 생산을 위해 최고의 안전기준을 적용, 건설하는 원전은 차원이 한참 다르다. 이런 오해를 풀어드리기 위해 쉼 없이 노력하다 보면 국민들도 언젠가는 전체 전력 수요의 약 40%를 공급하며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원자력발전의 가치를 몸소 느낄 날이 머지않았다고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