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입시의 계절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원서 접수가 곧 시작되고 다음달 수시모집 원서 접수를 필두로 대학별 고사와 수시 합격자 발표, 수능으로 이어지는 입시 레이스가 본격화된다.
올해 대학들이 내놓은 전형 요강을 살펴보면 각 학문의 영역을 통합하고 실용성을 높인 융합학과와 단과대학이 크게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융합·통섭형 인재를 원하는 사회 분위기에 발맞춰 대학도 특히 인문계 영역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취업 맞춤형 전략을 살펴보면 무엇인가 하나 빠진 듯한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문과 졸업생의 태반이 백수'라는 현실을 고려할 때 대학의 변화와 당국의 독려가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당국의 기대대로 전공이 바뀌고 실무 능력을 갖춘 졸업생들이 쏟아진다고 해서 작금의 취업률이 개선될까. 취업률이 낮은 가장 큰 이유는 젊은이들이 일할 일자리가 부족한 것이지 실무 능력을 갖춘 20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학이 환골탈태한다고 취업률이 개선되고 20대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구호는 장밋빛 환상일 뿐 기실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취업 앞에서 대학에 가장 먼저 변화를 요구하는 현 흐름은 자칫 낮은 취업률의 책임을 대학에 전가하고 더 나아가 대학에서 양산되는 20대 개인에게 돌리는 '주객전도'를 낳을 수 있다. 낮은 취업률을 개선하기 위해 국가가 가장 먼저 할 일이 있다면 신수중산업을 파악해 사회의 관심과 투자·에너지를 '미래 먹거리' 쪽으로 돌리고 일자리와 자본의 판을 일신하는 것이지 대학을 취업 양산소로 바꾸는 것은 아니다.
대학을 강타하는 이런 '홍역'은 비단 학생만의 몫은 아니다. 취업 연계형 학과, 기술 연계형 학문이 각광받으면서 교수들 역시 실용 학문의 성과와 기업 자본의 유치로 능력을 평가받는다. 그러나 학문의 본연인 대학에 사회가 물어야 할 무엇인가가 있다면 존재하는 기술이 기업으로 투여돼 양산되는 '푼돈'이 아니라 기술 자체의 혁명을 선도할 기초학문의 진보일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강타하던 무렵 진원지인 영국에서 글로벌 5대 로펌의 대표 최고경영자(CEO)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대한 대응을 묻는 질문에 그는 신입 인재의 비율을 전과 다름없이 유지했다는 답변부터 내놓았다. 경쟁력의 한 축은 항상성과 지속성인데 이를 놓칠 경우 중장기적 운영에 더 마이너스가 될 수 있음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찾아야 할 메시지도 이러한 '기본'에서 멀지 않은 것 같다. 유망 학과가 뜨고 지던 시절을 지나 대학 자체가 유행의 파고에 휩쓸리고 있다는 한 관계자의 푸념이 낯설게만 들리지 않는다. /김희원 사회부 차장 heew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