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불안에 따른 실물경제 위축이 본격화되면서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가 올해보다 부진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3%대로 추락하고 경상수지도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일 ‘경제전망과 정책과제’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내년 우리 경제는 국제금융불안과 경기침체에 따른 수출부진으로 경제성장률이 3.8%로 올해 예상 성장률(4.2%)보다 부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경연은 다만 최근 마련된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제대로 효과를 낼 경우 4.2% 성장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내년 경제가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장 큰 원인은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따른 수출 증가율 둔화. 올해 11.1%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수출이 내년에는 증가율이 7.5%로 뚝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주택 가격 하락과 금융시장 불안으로 내년에는 민간소비 위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상수지 적자는 58억달러로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겠지만 올해(100억달러)보다는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유가하락으로 수입금액이 줄어드는데다 원ㆍ달러 환율 상승이 지속돼 여행 등 서비스 수지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 둔화로 올해 4.9%에서 내년에는 3%대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원ㆍ달러 환율은 글로벌 신용경색과 수출둔화 등으로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겠으나 내년 하반기 이후 신용경색이 풀리고 경상수지 적자가 줄면서 완만한 하락세를 보여 달러당 1,170원가량 될 것으로 전망됐다. 금리와 관련해 현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5.25%)가 미국 연방기금금리(2.00%)에 비해 높은 점 등을 감안하면 내년 중 기준금리도 인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금리(회사채 수익률)는 올해 4ㆍ4분기 평균 7.0%를 기록한 뒤 내년에는 하락세를 보여 평균 6.6%에 이를 것으로 점쳐졌다. 보고서에서는 지난 9월1일 발표된 정부의 세제개편으로 11조7,000억원의 감세정책이 시행되면 민간소비가 0.8%포인트 증가하고 설비투자가 3.0%포인트 늘어나 경제성장률을 0.4%포인트 높이는 효과를 낼 것으로 봤다. 허찬국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최근의 국제금융 위기는 세계 실물경제를 위축시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상당히 부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이라며 “앞으로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는 내수기반 확충을 통한 수요기반 유지 및 고용창출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위원은 이를 위해 적극적인 감세정책과 금리인하, 비수도권 사회간접자본 사업과 수도권 규제 완화, 노동시장 유연화 등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다른 민간경제연구소들은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국제경제 여건을 고려해 내년 경제전망 발표시기를 다소 늦춰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초부터 올해보다 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지만 최근 상황을 감안하면 낙폭은 더 커질 것 같다”며 “올 4ㆍ4분기부터 성장률 하락세에 가속도가 붙어 내년에는 3%대의 저성장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도 “단순한 경기 사이클상으로는 4%대 중반의 성장이 가능하겠지만 미국 구제금융 법안 처리가 최대 변수”라며 “법안이 통과되지 못해 미국발 금융불안이 가중될 경우 국내 성장률이 4% 내외로 떨어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