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라는 것은 연구개발(R&D)의 중심 축을 구축한다는 개념입니다.” 최근 서울 혜화동 서울대병원에 문을 연 ‘세계줄기세포허브(WSCH)’의 임상분야 총책임을 맡게 된 안규리(50) 서울대의대 신장내과 교수는 기관명칭과 관련해 그동안 제기됐던 ‘줄기세포 은행’을 놔두고 굳이 ‘허브’라고 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안 교수는 “단순히 추출된 줄기세포를 저장하고 이용하는 뱅크(은행)라는 의미에 보태 R&D라는 학문적인 측면과 향후 산업화까지 고려했다”며 “정보의 공유라는 측면에서도 이미 우리나라가 (국제적인)중심이 됐다고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해외에 설립될 지역허브와 관련, 위치선정을 두고 적지 않은 경쟁이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영국에 설립한다고 하면 다른 나라가 실어하고 또 영국 내에서도 어느 곳에 설치할 것인지가 문제로 더 고민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허브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뜨겁다는 말에 대해 그는 보다 신중히 기다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황우석 교수님의 말처럼 사람한테 실험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며 “아직 치료가 아니라 과학단계라고 보면 맞다.” 허브 소장인 황 교수는 줄기세포의 사람대상 임상실험은 일러도 10년 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최근 말한 바 있다. 그는 다만 “허브 설립에 70억원 가까이 들어갔는데 전액이 서울대병원이 지불했다”며 “병원의 일원으로서 책임이 크다”는 말로 허브 성공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한편 안규리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의사상(像)을 개척한 것으로 평가된다. 환자를 치료하는 유능한 의사로서 뿐만 아니라 자선활동에도 열심히 해 왔던 그가 과학자로서의 본보기도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사회는 이공계 위기니 뭐니 하면서 이공계 출신들이 쉽게 돈 벌 수 있다는 의사직으로 유출되는 것을 우려해 왔다. 하지만 안 교수는 의학만큼 과학적인 분야가 없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그가 참여한 줄기세포 연구가 대표적이다. 안 교수는 “우리나라에도 충분한 의사 인프라가 만들어져 진료하는 그룹과 함께 미래의 환자를 위한 R&D에 몰두하는 의사들도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공로로 안 교수는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26일 시상하는 ‘올해의 여성상’ 수상자가 됐다. 하지만 그는 “진료와 연구에만 몰두하는 사람에게 이런 큰 상을 줘 감사하고 부담스럽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