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농업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단일 품목으로는 쇠고기의 피해가 가장 컸다. 특히 한미 FTA로 미국산 먹을거리가 국내 농축수산업 수입시장을 ‘싹쓸이’할 것으로 보여 미국에 대한 의존도 심화가 우려된다. 농축산업 부문의 연구를 맡은 농촌경제연구원은 한미 FTA가 오는 2009년부터 발효되면 국내 농산물 생산액은 발효 5년(2013년), 10년(2018년), 15년(2023년)차에 각각 4,465억원, 8,958억원, 1조361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산 수입 증가로 15년 동안 한해 평균 6,149억원가량의 국내 농업 생산이 줄어든다. 품목별 연평균 생산 감소액은 쇠고기 1,811억원을 비롯해 ▦돼지고기 1,526억원 ▦닭고기 707억원 ▦유제품 504억원 등으로 축산업계의 피해가 가장 컸다. 쇠고기의 피해액 추정치는 한우와 수입산의 차별화가 확실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훨씬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돼지고기와 닭고기는 FTA 발효 5년차에 각각 1,791억원과 488억원, 10년차에 1,874억원과 996억원가량 생산이 위축된다. 감귤 523억원, 사과 369억원, 포도 361억원 등으로 과실류의 피해액도 만만치 않았다. 수산물 중에서는 민어(117억원), 명태(57억원), 넙치(37억원), 오징어(15억원) 순으로 피해액이 컸다. 한미 FTA로 미국산 농축수산물 수입이 많아짐과 동시에 수입시장에서 미국산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다른 나라의 수입을 대체할 것으로 보여 미국산 먹을거리의 국내 시장 장악력은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농촌경제연구원의 이번 분석대상 품목에 해당하는 전체 농축산물 중 미국산 농림축산물은 31.6%(2006년 기준)를 차지했지만 한미 FTA 발효 이후 5년, 10년, 15년차에는 각각 39.1%, 42.4%, 44.2%로 점유율이 높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농축산물 국내 전체 수입액 108억7,000만달러 중 미국산 수입액은 25억8,000만달러로 23.7%를 기록했으나 향후 10년 내 30% 이상으로 치솟을 것이 확실시된다. 농촌경제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FTA 발효 초기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국산보다 싼 수입 농산물을 소비해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미국업계의 경쟁력과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면 가격 등의 측면에서 시장 왜곡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