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청년창업 돕는 돈? 친벤처 환경없인 독 될 수도"

여수아 대학생창업동아리연합 회장

단순 자금지원땐 서류작성 매달려 특허·마케팅 등 체계적 교육

아이디어 사업화 뒷받침을

취업 권하는 사회 분위기 바꿔 도전의식도 북돋워줘야


"청년창업을 돕는 단순한 자금지원은 오히려 독(毒)이 됩니다. 예비창업자들이 그 자금을 따내기 위해 서류작성에만 매달리기 때문이죠. 무작정 청년창업을 독려하기보다 도전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친벤처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국대학생창업동아리연합을 이끈 지 1년째를 맞는 여수아(28·KAIST 물리학과4·사진) 회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창업 꿈을 품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창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데 필요한 교육과 정책지원이라고 강조했다. 무료 온라인 교육 소셜벤처 '촉'의 창업자이기도 하다.


그는 "아이디어를 사업화한 후 뒤늦게 지적재산권에 눈을 뜨는 학생들이 많다"며 "특허를 받아 이를 기반으로 사업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시행착오를 겪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특허나 마케팅 등 책에서 배울 수 없는 사업 노하우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5월 결성된 창업동아리연합은 전국 대학 동아리 소속 4,000여명의 학생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각종 창업캠프 및 교육행사를 열어 예비창업자들의 정보교류 및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여 회장은 "1년 전 연합회원이 780여명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대학생 예비창업자들이 과거보다 늘었지만 창업이 어렵다는 시각은 크게 변한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우선 취업을 바라는 부모들의 반대가 걸림돌이다. 여 회장은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창업에 성공해 현재 100억여원의 가치를 지닌 한 기업의 대표가 막상 자식이 창업하겠다고 하자 말렸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창업과정이 고통스럽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식·가족의 창업에 반대하는 것이지요. 사회 내부의 분위기도 취업을 권합니다. 서울과 지방의 온도 차도 극심합니다. 취업률에 신경 쓰는 일부 지방대들은 창업동아리를 반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래도 창업을 권유할 것이냐는 질문에 여 회장은 당연하다고 답했다. 그는 "대기업 사원, 공무원이 나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도전의식을 갖고 살라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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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다만 누구나 아는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를 반드시 잃는다'는 철칙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 회장은 KAIST 재학 중 벤처 촉을 창업할 당시 한 학기 전 과목 F학점을 받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인생의 기회비용을 따져야 하고 인생을 바친다는 각오가 없다면 창업의 꿈은 일찌감치 접어야 하지요. 남자라면 군대 문제도 있어 신중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행복한가에 대한 자문이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입니다."

그는 청년들이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사업화에 성공한다면 그 가치는 100배, 1,000배가 된다고 확신했다. 더 많이 사업화에 성공하려면 교육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기업가정신은 물론 돈에 대해서도 깨우쳐주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경제와 돈 개념이 없는 청년들이 무조건 자금만 받고 보자는 식의 창업도 많아 문제"라고 지적했다.

청년창업사관학교 등 정부·지방자치단체 지원사업에 사업계획서만 내밀어 많게는 수천만원의 자금을 받고 창업은 시작도 못한 채 끝내는 경우가 많다. 개발하고 사업화에 집중해야 할 시간을 지원기관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작성에 빼앗기기 때문이다.

그는 또 중학생 때 처음 회사를 세워 청년사업가로 유명해진 표철민 위자드웍스 대표가 서른의 나이에 군대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는 사례를 들며 병역문제를 꺼냈다. 그는 "청년창업은 20대 초반 꽃을 피우는 사례가 많은데 남자들은 군대 문제로 창업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병역의무 회피가 아닌 청년창업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준다는 취지에서 군입대 연기 등 제도가 개선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여 회장은 지난 2010년 KAIST 재학생 때 대전지역 소외계층의 공부방에 봉사활동을 하다가 온라인 교육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어 사업을 시작했다. 대학생들의 교육기부 콘텐츠를 모아 동영상 강의를 하면 교육기회가 상당히 부족한 시골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공익 목적으로 소셜벤처 촉을 만든 것. 교육 서비스 방식을 개발하는 데만 1년이 걸렸는데 최근 비슷한 목적과 형태로 대학교수나 대기업까지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여 회장은 지난해 평소 하루 이용자 수 5,000명의 160배가 넘는 80만명이 몰리면서 서버가 일시 다운돼 사업확장의 기회를 놓쳤던 점을 아쉬워했다. 그는 자신의 뼈아픈 경험을 후배 예비창업자들에게 알리는 교육캠프를 더욱 늘릴 계획이다. 그는 "촉이 우리나라 교육을 바꾸는 시발점이 되고 창의교육 모델이 되기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현재 플랫폼 완성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창업을 선택한 학생들을 우리끼리 '미친놈'이라고 표현한다"며 "하지만 이들이 성공해야 우리나라 미래도 밝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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