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 4일 전국의 국립대 51개 중 10개가 뭉쳐 5개로 통폐합한다고 발표했다. 교육부는 대학간 통합이 당초 목표치인 15곳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각종 재정지원 사업이 대학 구조개혁 사업과 맞물려 있어 하반기에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번 상반기 실적만으로 보면 중대형 국립대와 이보다 훨씬 작은 소규모 대학들간 통합이 대부분이어서 실속은 별로 없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특히 국립대학 통합의 최대어로 관심을 끌었던 경상대-창원대와 충남대-충북대의 경우는 아예 접수조차 안돼 관계자들을 실망시켰다. 1일 발표된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특별법 제정안’에도 대학간 통폐합을 실질적으로 이끌어낼 만한 규정은 어디에도 없었다. 단지 국립대학의 자발적 법인화와 사립대학 퇴출시 설립자의 일부 재산환원을 보장하고 있을 뿐이었다. 물론 대학 구조개혁에 대한 법 적용이 필요할 때는 대학설립운영규정이나 국립학교설치령 등을 원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당사자인 대학이나 교육계 관계자들은 제대로 된 규정 하나 없이 대학간 통폐합이 제대로 될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지역을 기반으로 이미 하나의 거대한 ‘기득권의 철옹성’을 구축하고 있는 메이저급 대학간 통합을 대학에만 맡겨놓는 것이 과연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순천대의 한 관계자는 “지역 기반이 튼튼한 대학일수록 대학간 통합에는 소극적”이라며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당사자들이 믿을 만한 중재자 없이 선뜻 통합에 동의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번 발표에서도 나타났듯이 대학들이 통폐합보다는 정원감축 등 ‘소프트(soft)’한 구조개혁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 것도 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학간 통폐합에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대학 내 정원감축은 자체적인 의사결정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당국이 대학 통폐합을 구조개혁의 핵심 지표로 삼고 있다면 이를 법제화해 신속하게 처리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서울 지역의 한 대학 교수는 “지금처럼 대학이 넘쳐나는 이유는 90년대 중반 대학설립이 준칙주의로 자유화됐기 때문”이라며 “원인 제공자인 교육당국이 중대 사안을 방치한 채 대학들의 자율에만 맡겨놓는 것은 또 다른 책임회피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