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3월 28일] 은행의 숨은 지뢰들

“지뢰밭은 위험하니 가지 말자”는 은행원과 “지뢰를 찾아 제거한 후 가자”는 은행원은 각각 어떻게 평가받을까. 100억원을 버는 은행원과 1,000만원을 버는 은행원은 나이와 직급이 같다면 월급은 얼마씩 받을까. 시중 은행들이 ‘투자은행(IB)으로 가겠다’고 바쁘다. 성장성과 수익성이 한계에 부닥치자 IB라는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마련하겠다는 계산이다. 1년6개월 전 한 대형은행의 투자심의위원회. 담당자들이 면밀히 검토한 후 투자승인을 요청했다. 교육업체인 메가스터디 지분을 주당 10만원 안팎에 매수하자는 안건. 시장상황ㆍ실적전망ㆍ인수가격 등을 감안하면 높은 수익이 기대됐다. 결론은 부결이었다. “5공화국 때처럼 사교육을 철폐하는 내용의 정책이 나오면 주가가 폭락한다”는 이유였다. “가능성은 낮고, 위험에 비해 수익이 높다”고 주장했지만 허사였다. 그 후 메가스터디 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30만원을 훌쩍 넘었다. 1년만 투자해도 300% 넘는 수익이 가능했다. 투자에 반대했던 은행원들은 여전히 다른 안건을 심의 중이다. 중국 석탄개발 프로젝트도 심의대상에 올랐다. 외국계 IB가 채굴계획과 판매처 확보까지 끝냈다. 5년 만기 투자로 연 15% 안팎의 안정적인 고수익이 기대됐다. 결론은 또 부결. “중국이 가스를 보급해 석탄소비가 급감하면 대책이 없다”는 논리였다. 실무자들은 “해외에 파는 계약이고 계약까지 이미 맺었으며 중국은 가스라인을 깔기가 힘들고 까는데도 5년 넘게 걸린다”고 반박했다. 그래도 결정은 뒤집히지 않았다. 투자를 주장했던 직원들은 하나 둘씩 고액연봉을 받고 외국계 IB로 옮겼다. IB의 성공요인은 ‘인재’ 확보다. 인재를 확보하려면 합리적인 평가와 적절한 보상이 필수다. 지금과 같은 평가와 보상 시스템을 고집하는 한 IB로 가는 길은 요원하다. 한 대기업 총수는 “앞서 뛰는 직원의 발목을 잡는 이들은 회사를 떠나라”고 말했다. 은행권이 발목을 잡는 ‘내부의 적(敵)’에게 너무 좋은 평가와 많은 보상을 해주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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