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그들만의 철옹성 쌓는 부자들

■ 플루토크라트/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지음, 열린책들 펴냄<br>'나의 이익=모두 이익' 잘못된 인식<br>99%의 불만에도 귀 안 기울여 '이기적 행태 고집땐 파멸' 경고<br>"차별없는 세상 위해 힘써야" 주창


상위 10%가 전세계 부의 86%를 차지하는 부의 편중이 심화되는 가운데 월가 점령 시위 등 일반 대중들의 슈퍼 엘리트에 대한 반감은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 동안 100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최근 발표된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서 워런 버핏 회장은 자산 584억 달러로 부호 순위 3위를 차지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자산 724억 달러로 세계 최고 부호 자리를 차지했으며, 멕시코 통신재벌 카를로스 슬림이 자산 656억 달러로 2위에 랭킹됐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자산 102억 달러로 107위를 차지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가 10일 내놓은 '2013 세계 부 보고서'에선 상위 10%가 전 세계 부의 86%를 보유하는 등 부의 집중 현상이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부편집장을 거쳐 세계적인 학술평가기관 '톰슨 로이터스'의 편집장을 맡고 있는 저자는 이처럼 전세계 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슈퍼 엘리트들의 삶을 파헤친다. 올 여름 흥행돌풍을 일으키며 화제를 불러 모았던 영화 '설국열차'의 맨 앞 칸에 탔던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플루토크라트는 그리스어로 '부'를 의미하는 '플루토스(plutos)'와 '권력'을 의미하는 '크라토스(Kratos)'가 합쳐진 단어다. '부와 권력을 모두 가진 부유층'을 뜻한다.

저자에 따르면 경제가 고도로 발달하면 소득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는 일반인의 기대와 달리 실제 세계 경제의 소득 불평등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심화되고 있다. 파이는 커졌지만 슈퍼 엘리트들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큰 조각을 차지하는 셈이다. 예컨대 주가가 10% 오를 때 CEO의 연봉은 보통 3% 상승하는 데 반해, 나머지 직원들은 0.2% 오르는 데 그쳤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지난 9월 16일 '포브스'는 2012년 소득을 기준으로 미국의 400대 부자 리스트를 발표했다. 2009년 이들 400대 부자의 재산 총합은 1조 3,000억 달러인데 지난 해에는 2조 달러를 넘었다. 지난 해에만 이들 400대 부자들이 3,000억 달러의 재산을 늘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은 다른 나라 동료 부자들과 공동체를 이뤄 더욱 강력한 영향력을 드러낸다. 러시아 갑부들이 영국의 축구 클럽과 신문사를 사들이고 멕시코 통신 재벌이 '뉴욕 타임스'의 두 번째 주주로 올라서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세계적으로 신흥 갑부들이 대거 등장하게 된 계기는 기술혁명과 세계화다. 이 두 가지 힘은 워싱턴으로 대표되는 정치적 요소와 결합해 산업혁명에 필적할 정도로 엄청난 경제 격변을 불러 일으켰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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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효과가 계속 발휘되도록 하기 위해 플루토크라트들은 자신만의 철옹성을 쌓고 그 안에서 웅크리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에릭 슈미트 구글 CEO는 2011년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속한 세상에 살고 있는 어느 누구도 월가의 점령 시위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으며, 99%의 불만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다"고 고백했다. 제너럴 모터스의 CEO인 찰리 윌슨은 "제너럴 모터스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다"고 종종 말한다.

저자는 "플루토크라트가 갖고 있는 '나의 이익이 모두의 이익'이라는 확고한 인식이 이들로 하여금 일반인과 동떨어진 세상에서 살아가도록 조장한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책의 부제인 '모든 것을 가진 사람과 그 나머지'에서 언급한 '나머지'는 일반 대중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지키려다 스스로를 파멸의 길로 몰아 넣고 있는 플루토크라트의 현주소에 대한 엄중한 경고인 셈이다. 저자는 가진 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차이가 그들이 발을 딛고 있는 세상을 차별하지 않도록, 모두가 지혜를 모을 때라고 다시 한번 힘주어 말한다. 이 책은 지난해 파이낸셜 타임스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책'으로 뽑혔으며 최고의 논픽션에 주어지는 라이오넬 겔버상의 올해 수상작이기도 하다. 2만원.

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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