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에 처음 열려 올해로 13회를 맞은 카셀 도큐멘타에 한국인이 참여한 것은 미국 국적의 백남준과 일본 국적의 이우환에 이어 1992년 육근병 작가가 마지막이었다. 오는 9일부터 9월16일까지 100일 동안 열리는 올해 행사에는 55개국 150여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이들 가운데 카셀 도큐멘타의 주 전시장인 도쿠멘타 할레에 부스를 마련해 공동작업 ‘뉴스 프롬 노웨어(News From Nowhere)’를 선보인 전준호와 문경원 작가를 이메일로 만났다.
“20년 만에 재개된 한국작가의 카셀 참여가 상당히 의미 있는 일입니다. 사실은 도큐멘타에 참여하는 것이 결정되기 전부터 계획하고 준비하던 우리의 프로젝트가 가장 적당한 곳에 소개될 수 있어 기쁨이 더 컸습니다”
이들은 올해 카셀 도큐멘타의 예술감독인 캐롤린 크리스토프 바카르기예프(52)로부터 직접 참여 제안을 받았다. 2010년 방한했던 캐롤린은 이들 작가와 친분을 갖고 작품을 지켜봐오던 중이었다.
개념미술로 유명한 카셀 도큐멘타와 잘 어울리게도 이들의 신작 프로젝트는 영상, 설치, 웹사이트 운영, 출판으로 이뤄지는 다매체 개념미술이다.
“우리는 ‘과연 예술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은 무엇인가’ ‘우리의 발언이 이 시대 속에서 역류하고 있지는 않나’라는 질문을 던지던 중 ‘다른 시각 예술가는 이런 우리의 고민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어 건축가, 디자이너, 과학자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협업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전 작가는 이메일 답변을 통해 “이들과 함께 현 예술의 지향점과 사회 전반을 성찰하고 다가올 미래의 모습을 그리는 프로젝트가 바로 ‘뉴스 프롬 노웨어’”라고 설명했다.
두 개의 화면으로 구성된 영상작업 ‘세상의 저 편(EL FIN DEL MUNDO)’은 지구의 환경변화로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는 미래를 배경으로 마지막 예술의 모습과 새로운 탄생을 보여준다. 특히 배우 이정재와 임수정이 주인공을 맡아 이번 카셀 개막식에도 함께 초대받았다. 설치작업 ‘공동의 진술(Voice of Metanoia)’은 한국은 물론 일본ㆍ네덜란드 등의 각계 전문가와 협업해 지구 환경의 대변화 이후 생존자들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생필품과 주거환경을 디자인 한 것. 이에 대해 작가들은 “많은 사람들을 만나 생각을 공유하고 문제의식을 함께 토론해 결과물을 선보일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보람 있다”며 “‘이런 것이 문제이고, 정답과 해결책은 이런 것이다’라는 정답을 전달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것은 하나의 과정이고 질문들이며 동시에 함께하는 여정이라는 것을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해외 석학 및 전문가와 유명인사들 외에 국내에서는 정재승ㆍ정구호ㆍ정상문ㆍ최재천ㆍ조정환ㆍ이창동 등이 이번 프로젝트에 동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