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이것이 대못 규제] <1> 손발묶인 수도권

공장총량제에 투자 꿈도 못꿔 … 유망 프로젝트부터 장벽 걷어야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꼼짝말라"식 무차별 제재

상징성 크고 경제효과 큰 사업 위주로 해소를




"정부는 맨날 투자하라고 재촉하지만 정작 사업을 벌이려고 보면 별의별 제도가 다 걸려 엄두를 낼 수가 없어요."

지난해 수도권 북부에서 설비투자를 늘리려다 계획을 접었다는 한 중견 화학업체 임원의 하소연이다. 전자부품 관련 화학소재를 납품하는 이 업체는 물류비용을 줄일 겸 원청(납품을 받는 기업)기업 인근에 공장증설을 검토했지만 수도권 공장총량규제에 발목이 잡혔다고 한다.


지난 반세기 서울·인천·경기를 아우르는 수도권은 대한민국 경제를 뛰게 하는 심장 역할을 해왔다.

타 지역보다 뛰어난 물류 접근성, 풍부한 고용 인력풀, 우수한 정주 요건 등 덕분에 우리 경제를 먹여 살린다는 어지간한 기업들은 대부분 수도권에 본사를 두고 있다. 이에 따른 지역불균형 발전을 막기 위해 정부와 국회, 지자체는 수도권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는 각종 규제를 양산해냈다.

하지만 무차별적인 수도권 규제는 오히려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막고 부의 증식을 차단하는 대표적인 규제가 됐다.

규제혁파를 주장하면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처럼 호도하는 시각이 넘쳐나고 일부 극단적 진보주의자들의 왜곡된 목소리에 의해 좌우 이념대립의 소재가 되고 말았다. 사회 이해집단의 목소리까지 결부되면서 '대못 규제'가 됐다.

그 대표적인 법안이 수도권정비계획법과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이다. 이름만 들어도 어려운 이들 법안의 핵심은 서울·경기·인천 지역 등에 대규모 설비투자가 새로 추진되는 것을 억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 메커니즘은 이렇다. 우선 수정법은 수도권에서 공장 등의 신증설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다만 요건에 해당할 경우 산집법을 적용해 예외적인 일부 사항에 대해 신증설을 허용해주는데 그마저도 실제로 건축허가 단계에서 일부 막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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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법에 따른 총량규제가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별도로 서울 등은 일정 규모 이상의 특정 건물을 지을 경우 부담금을 물리고 있어 수도권 신규 투자를 한층 억제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 메커니즘을 대표하는 주요 제도가 바로 △공장총량제(수정법) △공업지역지정제한 제도(수정법) △용도지역별 공장 신증설 규제(산집법) △과밀부담금 제도(서울시 기준) 등이다.

공장총량제란 수도권에 새로 짓거나 늘려 지을 수 있는 공장 허용 총면적의 상한을 두는 것이다. 매년 수도권정비위원회가 총량 등을 심의해 국토교통부가 고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연면적 500㎡ 이상의 공장 등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공업지역지정제한 제도는 수도권 내 권역(과밀억제권역·성장관리권역·자연보전권역)에 따라 공업지역 지정 여부를 차등적으로 막는 것이다. 특히 과밀억제권역이라면 원칙적으로 공업지역 지정이 제한돼 아예 신설부지 확보 자체가 원천 차단된다.

용도지역별 공장 신증설 규제는 공업지역이냐, 산업단지냐, 기타 지역이냐에 따라 공장면적을 차등적으로 제한하는 것인데 그나마도 대기업은 예외적 허용 요건이 더 엄격해 대규모 투자로 이어지기가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인천시에서 투자유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한 간부는 "현재의 투자규제들은 한마디로 수도권은 꼼짝 말라는 것"이라며 "지역균형발전도 좋지만 당장 한국서 투자하려는 외국투자가나 국내 기업들은 인프라가 잘 갖춰진 수도권을 원하는데 그것이 막혀 있으니 경제성장이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물론 그렇다고 수도권 투자규제를 과도하게 풀어도 부작용은 크다. 더구나 올해에는 지방선거가 실시되기 때문에 규제의 큰 틀을 바꾸는 법안을 정부가 추진한다고 해도 표심을 의식한 여야의 반대로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규제의 틀 자체를 전면적으로 건드리는 것은 중장기 과제로 미루되 당장은 투자심리를 고취할 수 있는 사안부터 풀어나가는 게 유력시된다.

즉, 상징성이 크고 경제적 전후방효과가 넓으며 고질적으로 장기화된 규제에 가로막힌 일부 사업프로젝트 단위로 건별식 투자애로 해소를 해주는 방안이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이라는 이분법의 틀로 규제해소를 시도하는 것은 (정치적 지형 등을 감안할 때) 승산이 없다"며 "개별적인 사업 프로젝트 위주로 (수도권·비수도권을 막론하고) 규제완화 정책을 접근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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