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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식품박람회 '알리멘타리아'. 전시장 한 편에서 펼쳐진 샘표의 '마스터 워크샵'에 수십여명의 셰프들이 모여들었다. 현재 스페인에서 가장 인기있는 끼께 다코스타 미슐랭 3스타 셰프가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판매하고 있는 '연두를 이용한 토끼 고기와 콩으로 만든 수프'시연에 눈과 귀가 집중된 것이다.
간장을 이용해 콩을 졸이고 토끼고기로 낸 육수에 요리 에센스 '연두'를 넣으며 끼께 쉐프는 "콩을 발효해 만든 연두는 그야말로 매직 소스"라며 "요리의 본연의 맛을 해치치 않으면서 마지막 맛의 2%를 채우는 신이 내린 요리 에센스"라고 극찬했다. 셰프들은 신기한 듯 자기 앞에 놓인 연두의 병 뚜껑을 열어 냄새를 맡고 조금씩 찍어 맛을 느끼기도 했다.
끼께 다코스타 셰프는 지난해 세계 최초의 요리과학 연구소인 '알리시아 연구소'를 통해 연두를 알게 된 후 자신의 요리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는 "연두는 한국 요리 뿐만 아니라 일본, 이탈리안, 프랑스 등 각종 요리에 써도 모든 음식의 화룡점정을 찍는다"면서 "한 달에 100여통씩 직접 사서 쓰고 있다"고 전했다. 끼께 다코스타처럼 스페인에서 연두를 쓰고 있는 유명 스타 셰프들은 연두의 현지 진출 1년 만에 100여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코스타에 이어 2013 월드베스트 레스토랑에서 1위를 차지한 엘 세예 데 칸 로카의 미슐랭 3스타 셰프 조안 로카도 샘표가 마련한 간장, 불고기 소스, 연두 등으로 만든 다양한 요리를 선보였다. 샘표 부스를 찾은 셰프들은 연두를 넣어 만든 계절 채소 볶음과 간장으로 만든 불고기 햄버거를 맛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프랑스에서 왔다는 한 셰프는 "한국의 소스가 이런 맛을 내는 것을 처음 알았다"면서 "보통 웰빙 조미료들이 깊은 맛을 내는 경우가 쉽지 않은데 적은 사용만으로도 맛이 완전히 깊어지고 달라진다"고 혀를 둘렀다.
올해로 20회째를 맞는 알리멘타리아는 스페인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온 셰프와 유통업계 관계자들이 모인 대규모 식품 박람회로 샘표는 이번이 첫 번째 참가다. 해외박람회의 경우 제품력과 더불어 만반의 준비를 하지 않으면 자칫 소모성 이벤트로 끝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동안 장류 개발에 내공을 쌓아 온 샘표는 연두를 앞세운 이번 박람회를 통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한국의 대표 장 브랜드로 우뚝섰다. 한식의 꽃인 한국의 장을 세계 속에 심는 주춧돌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박람회가 열리는 나흘내내 바이어 상담이 이어져 올해는 78개국에 전년보다 50억원 가량 늘어난 300억원 수출이 가능할 전망이다. 또 셰프들의 입에서 입으로 '매직 소스' 연두의 활용법이 퍼지면서 스페인 100여개 매장에서 판매중인 연두 유통 채널을 10~20%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이다.
이 같은 성과는 샘표가 최근 3년간 유럽에 한국의 장을 심기 위한 '장 프로젝트'가 수반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미 세계 간장시장은 1950년에 일찌감치 '소이 소스'로 진출한 일본이 장악하고 있었다. 샘표는 이 난공불락 시장을 뚫기 위해 정공법을 선택했다. 바로 스페인을 필두로 한 미식의 유럽시장 공략에 나선 것. 스페인이 매년 발표되는 세계 최고 레스토랑 10위권을 장악하는 등 미식계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3년 전부터 샘표는 요리과학 연구소 알리시아와 손잡고 '장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며 간장, 고추장, 된장 등 한국의 장을 유럽의 음식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장을 처음 접하는 셰프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장 콘셉트 맵도 제작하는 등 장을 이용한 150개의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안 요리를 선보이며 유럽에 한국의 장을 심는 작업을 수행 중이다.
최정윤 샘표 장 프로젝트팀 매니저는 "수 백년 간 유산으로 내려온 한국의 장을 세계인들이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며 "장이야말로 한식의 세계화에 가장 중심에 서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