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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 호갱법'이라는 비판을 받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의 불만은 예상보다 휴대폰 보조금이 적어 단말기 구입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주로 최신폰 선호가 높은 소비자들이 이런 불만을 토로한다. 하지만 단통법으로 이익을 보는 사람들도 있다.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없거나 굳이 고사양 폰을 필요로 하지 않아 중저가폰이나 중고폰을 찾는 소비자들이다.
실제 10월 1일 단통법 시행 이후 해외 직구폰이 이통시장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국내 최대 오픈마켓인 G마켓에 따르면 10월 첫 째주 해외 직구폰 판매량은 한 달 전인 9월 첫 째주에 비해 2배 이상 늘었고, 10월 둘 째주에는 3배 이상 급증했다. 인기 모델은 샤오미 홍미노트, 소니 엑스페리아Z3, 블랙베리 Q10 등이다.
특이하게도 최신폰인 애플 아이폰6도 해외 직구폰 판매 상위 5개 모델 안에 들었다. 아이폰6의 국내 출시가 늦어지자, 국내 출시일까지 참지 못한 이른바 '아이폰 빠'들이 해외 직구에 나선 것이다. 삼성 갤럭시S3의 일본 판인 갤럭시J가 인기를 끌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갤럭시S3의 국내 출고가는 73만 원이지만 갤럭시J는 절반인 37~38만 원에 구입이 가능하다. 국내 제조회사가 만든 제품을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얘기다.
해외 직구폰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보조금 대신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한 단통법상의 '요금선택제' 덕분이다.
과거에는 해외 직구로 휴대폰을 구입하면 보조금도 요금할인도 받을 수 없었지만 단통법 시행으로 보조금을 받지 못한 폰을 가지고 이동통신 대리점에 가면 12%의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다.
예컨대 홍미노트의 경우 G마켓에서 25만170원에 구입할 수 있다. 국내 웬만한 휴대폰 가격의 절반도 안 된다. 구입 시 보조금을 받지 않았으므로 이통사에 가면 2년 약정할인 외에 12%의 요금할인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월 6만 원짜리 요금제를 사용하는 소비자의 경우 1~1만5,000원 가량의 요금약정할인에 추가로 4,000~5,000원의 할인을 받을 수 잇다. 추가 할인만 2년간 10~12만 원에 달한다. 다시 말해 이 정도의 보조금을 받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아이폰 빠'들이 보조금을 받지 않고도 해외 직구를 통해 아이폰6를 구입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단통법은 중고폰의 인기도 끌어올렸다.
오픈마켓인 11번가에 따르면 10월 1일부터 28일까지 중고폰 매출은 전월 동기대비로는 85%, 전년 동기대비로는 217% 증가했다.
인기모델은 삼성 갤럭시S3, 갤럭시노트2, 팬택 베가아이언 등이다. 갤럭은3의 중고폰 가격은 20만원 안팎에 불과하며, 베가아이언은 16만원 가량이다. 이들 폰 역시 오픈마켓 등에서 구매한 후 이통사에 가입하면, 12%의 추가 요금할인을 받는다.
한 예로 월 6만 원 요금제의 경우 월 4,000~5,000원, 2년간 10~12만 원이 할인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공짜폰을 사는 셈이다. 중고폰 구매자들 대부분이 3~4만 원대의 저가 요금제 가입자라는 점을 감안해도 2년간 5~6만 원의 추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정건길 11번가 중고용품 담당 매니저는 "중고폰 시장에서는 출시된 지 얼마안 된 기종보다 출시일이 다소 지났더라도 상태가 양호한 폰에 대한 선호가 높다"며 "단통법으로 중고폰도 요금할인이 가능한 만큼 실속형 소비자라면 중저가폰이나 중고폰 구입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능현 기자 nhkimch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