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우려되는 이민러시(사설)

이민바람이 다시 거세게 일고 있다. 도산·감원한파에 국제통화기금(IMF)시대의 대량해고 사태를 우려, 해외로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역이민 현상이 사회적인 화제가 된 것이 불과 몇년전인데, 또 다시 이민러시다. 한숨만 나오는 나라꼴이다.실제로 요즘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등을 대상으로 하는 투자이민 설명회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특히 IMF 구제금융 요청후에는 급증하고 있다는 얘기다. 연령은 30대에서 50대 중반까지로 고학력 전문인력이 주류를 이룬다. 명퇴·해고 등으로 직장을 잃은 사람도 있으나 회사를 다니고 있는 사람도 많다. 고용불안 심리가 사회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엑소더스(Exodus)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지난 60∼70년대에도 이민바람은 있었다. 당시의 이민은 「돈벌어 잘살아 보겠다」는 일념이 앞섰다. 여느면 노동이민이다. 그러나 지금의 이민은 나라의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IMF시대의 한국은 경제주권을 완전 상실, 우리가 아직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엄청난 대가와 희생을 강요할는지도 모른다. 이같은 걱정으로 나라 전체가 들떠있는 판국이니 떠나는 사람을 비난할 수는 없다. 물론 이들 가운데는 새로운 벤처사업을 일으키기 위해 해외로 나서는 사람들도 있다. 문제는 이민자들중에 고학력 전문인력이 많다는 점이다. 이들은 상당수가 회사를 스스로 그만둔 케이스다. 나라의 중추인력이 새 나가는 것이나 진배 없다. 결국 국가가 그들을 떠나도록 강요한 것이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안녕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데도 이를 포기, 내쫓은 셈이니 마치 무정부 상황이나 마찬가지다. 최근 한 광고회사에서 전국남녀 6천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는 한국이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조사대상자의 41%가 이민을 가고 싶다고 응답한 것이다. 가슴 아픈 일이다. 정부는 국민들의 마음이 더 이상 떠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동안의 실정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국민없는 국가는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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