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속도내는 국가개조] 선박 정원 변조에 묻지마 승인 … 안전서 대응까지 총체적 부실

■ 감사원 '세월호 참사' 중간감사 결과

해경-소방본부 관할 타령… 골든타임 47분 허비

중대본 등 컨트롤타워는 혼란만 키워 불신 가중


293명의 생명을 앗아가고 11명의 실종자를 여전히 남겨 놓고 있는 4·16 세월호 참사는 여객선 안전관리부터 사고 초동대응까지 정부의 총체적 관리 부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애당초 운항해서는 안될 배였던 세월호는 해경·인천항만청 등 관피아와 선사인 청해진해운 간 유착 속에 버젓이 수백명의 승객을 태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양경찰청은 사망자를 최소화할 수 있는 사고 초기 47분의 피 같은 '골든타임'을 허둥지둥하며 흘려보냈고 해경과 소방방재청은 관할을 따지며 20분 이상을 허송세월했다.

감사원은 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세월호 침몰사고 대응실태'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회 국정조사 특위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발표된 감사원 감사 결과는 세월호 참사 84일 만에 나온 정부기관의 첫 조사 결과다.


◇'세월호'는 운항해서는 안될 여객선=세월호는 애초 사고가 발생한 인천~제주 항로에 투입될 수 없는 배였던 사실이 감사 결과 확인됐다. 운항 승인 자체가 나서는 안됐지만 인천해양항만청의 부실한 업무가 사고의 도화선이 됐다. 인천항만청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이 정원과 재화중량을 변조해 제출한 계약서에 근거해 지난 2011년 9월 선박 증선계획을 가인가했다. 세월호의 여객정원은 804명에 재화중량이 3,981톤이어서 평균 운송수입률이 기준인 25%에 못 미쳤지만 청해진해운이 여객정원과 재화중량을 줄여 위조한 서류를 인천항만청이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인천항만청은 청해진해운이 2012년 9월 이후 또 증축을 했는데도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지난해 3월 증선을 최종 인가했다.

관련기사



◇해경과 소방본부 초대형 사고에도 관할 타령=해경 등의 사고 초동대응 과정은 국민의 분노를 또 한번 자극했다. 감사원은 해경이 현장상황 및 이동수단을 고려하지 않고 출동명령만 시달하고 현장 구조활동에서 구조본부의 상황지휘가 부적절해 배 안에 남아 있던 인명을 구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렸다고 지적했다.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는 침몰 시작부터 마지막 교신까지 47분간 '골든타임'을 허비했으며 제주해경과 전남소방본부 등은 최초 신고를 받았음에도 '관할'이 아니라는 이유로 20분간 출동을 지연시켰다. 또 해경 경비규칙상 세월호 침몰 해역에는 1일 1척씩 200톤급 이상 중형 함정이 배치돼야 했지만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단속에 투입되는 바람에 연안 소형경비정이 투입됐으며 실질적 구조인력은 모두 9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사고 해역에 가장 먼저 도착한 소형경비정 123호 역시 선체 진입이나 승객 퇴선 유도 같은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소극적으로 대응했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가 혼란 부추겨=안전행정부 소속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재난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 감사원은 "중대본을 중심으로 한 대응역량 부족, 기관 간 혼선 등으로 인해 사고상황 지연·왜곡 전파, 국민적 불신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중대본이 해경의 구조본부와 해양수산부의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해 참사를 키우고 정부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켰다는 것이다.

중대본은 사고 당일 6차례나 언론 브리핑을 하며 사고상황 및 구조자원 파악, 행정지원 등 재난대응을 총괄·조정하는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했다. 특히 사실 확인 없이 구조자 수를 집계·발표했다가 뒤늦게 정정하는 미숙함도 드러냈다. 사고 당일 오후2시께 구조자를 368명으로 발표했다가 오후4시30분께 절반 이상 줄어든 164명으로 수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해수부 역시 중대본이나 청와대 국가안보실 등에 상황을 제대로 전파하지 못해 문제를 키운 것으로 지적됐다.

감사원은 사고 발생시 초동대응 미숙과 상황전파 혼선 등을 초래한 해수부·해경·안행부 등 관련자 40여명을 엄중 문책하기로 했으며 향응수수 등에 관련된 공무원 11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