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10월 20일] 탄소규제 도입, 기업도 나서야

이제 곧 한국에서도 탄소규제가 시작된다. 지난 4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이 발효돼 탄소배출권거래제가 오는 2013년부터 시행된다. 배출권거래제란 정부가 기업의 탄소가스 배출 총량을 지정, 배출권을 분배한 후 이에 부족하거나 잉여 되는 배출권을 기업 간에 사고 파는 제도이다. 정부의 이러한 방침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지위를 높이는 외교적 성과가 있겠지만 실제 탄소배출량을 줄여 규제를 준수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그 비용이 적지 않아 경영상의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탄소시장서 신성장동력 모색 정부는 세계 반도체시장의 70% 규모인 약 180조원 규모로 성장한 탄소시장이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 예상하고 한국 기업이 탄소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목표로 규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은 성장동력은 물론 탄소규제 자체도 어떠한 방식으로 준수해야 할지 모르는 듯하다. 이제 기업의 목표는 탄소규제에 대한 대응전략을 수립해 규제비용을 최소화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업이 해야 할 일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로 에너지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무엇보다 에너지 사용 효율을 높이는 것인데 에너지 모니터링 시스템은 기업의 에너지 사용량 계획ㆍ운영ㆍ유지ㆍ구매 절차를 더욱 쉽게 해주어 효율성 향상의 기초가 된다. 이때 세부적인 생산 프로세스까지 모니터링 해 에너지 소비량을 관찰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로 온실가스 통합관리 시스템과 사내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여 배출권거래제에 대한 학습으로 규제 준수 이행에 대한 연습이 필요하다. 통합관리 시스템이란 기업의 탄소관련 업무를 담당할 탄소규제 전문부서를 구축하고 각 배출원의 배출량, 감축량, 잉여 및 부족 배출권 수, 감축단가, 배출권시장 분석 등의 업무를 시스템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탄소규제 담당부서는 정부의 규제보다 조금 더 높은 강도의 자체 내부규제를 마련하여 탄소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잉여배출권을 확보해야 한다. 강도 높은 자체규제는 저감기술과 저감 프로세스에 대한 연구개발로 이어져 탄소 저감 테크놀로지 시장 또는 탄소관리 시장 진출의 기회가 생길 것이다. 셋째로 기업은 국내 사업장의 탄소배출량만을 모니터링하고 줄이는 것이 아니라 사내의 국외 사업장 배출량까지 관리해야 한다. 한국의 배출권거래제 역시 유럽연합 배출권거래제와 마찬가지로 국외의 저감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그것을 통해 확보한 배출권을 가지고 오는 방식인 청정개발체재가 허용될 것이 확실하다. 이러한 방식을 쓴다면 기업이 지급해야 하는 규제비용이 많이 줄어드는데 그 이유는 탄소 1톤을 줄이는 비용은 감축량이 늘어날수록 올라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업의 목표 감축량이 100톤이라면 마지막 99번째 톤에서 100번째 톤을 줄이는 비용이 첫 번째 톤에서 두 번째 톤을 줄이는 비용보다 많이 비싸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100톤 전부를 국내에서만 감축하기는 비용적인 측면에서 매우 힘든 일이지만 규제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은 국외사업장까지 저감활동을 한다면 잠재적 저감량이 늘어나 기업이 지급해야 하는 감축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새로운 비즈모델 찾는 기회로 기업에 탄소규제는 분명히 쉽지 않은 과제이다. 하지만 탄소시장의 규모가 2020년까지 3,000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는 유럽의 저명한 탄소시장 전문연구소의 예측대로라면 이것은 분명히 기업에는 위기이자 기회이다. 기업이 탄소시장에서 성장동력을 찾으려면 탄소규제에 대응하는 방향이 규제준수의 의미에서 벗어나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을 기회라고 생각하고 전략적 사고와 과감한 투자로 도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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