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외환위기 그후 10년] 공기업 부채, 얼마나 되나?

국가부채에 포함 안돼…정부조차 "파악 힘들어" <br>예보·정리금융公·석탄公등 자기자본 잠식 기업 수두룩


몇 년전만 해도 재무구조가 탄탄했던 주택공사와 토지공사. 하지만 참여정부 들어 빚이 28조원이나 폭증하면서 법정자본금을 각각 8조원, 5조원에서 15조원씩으로 늘리는 내용의 관련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국민임대주택 100만호 건설, 행정중심복합도시 토지보상 등 잇따른 국책 사업으로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두 회사가 100% 정부투자 기관임을 감안하면 증자 과정에서 재정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들 공공기관의 빚이 국가부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부조차 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부 공기업이 자기자본 잠식 상태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연명하고 있음에도 정부의 국가부채 범위에서는 대부분의 공공기관들이 제외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기획예산처 공공기관경영정보시스템(ALIO)에 따르면 2005년 결산 기준으로 상당수 공공기관들이 자기자본 잠식 상태에 놓여있다. 예금보험공사가 –20조5,859억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예보자회사인 정리금융공사 -17조3,453억원, 대한석탄공사 –4,235억원, 한국환경자원공사 -142억원 등의 순이다. 자본 잠식 규모가 천문학적인 규모에 이르지만 정부는 일반회계, 특별회계, 기금 가운데 극히 일부분만 국가채무 통계로 발표하고 있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가채무 기준 가운데 하나인 ‘일반정부 총금융부채’는 정부투자기관, 정부출자기관, 정부출연기관 등 공기업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공공기관들을 국가 채무에 포함시키고 있다. 국제 기준에 비해 느슨한 잣대를 적용하는 바람에 재정 운용에 부담을 주고 있는 공공기관의 채무가 국가 부채에 제대로 잡히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더구나 정부가 국제 기준을 적용하고 싶어도 현 상황에서는 작업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이를 위해서는 공기업과 나머지 공공기관들을 구분해야 하는데 정부가 최근에야 비로소 공공부문 분류위원회를 구성, 구분 작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공공기관이나 공기업들이 국가 재정에 얼마나 부담을 주는 지 조차 알기 어렵다. 다만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이 2005년 일부 중앙ㆍ지방정부 공공기관 자료를 이용해 자체 집계, 발표한 ‘추락하는 국가채무 상환능력’ 자료에 따르면, 중앙정부의 공공기관 직접채무액(추정)은 2004년말 현재 273조4,000억원에, 지방정부의 지방공사 및 공단 직접채무는 10조 4,000억원에 이르는 등 총 283조8,000억원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국가부채 283조5,000억원(2006년말 기준)보다 많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공기업 부채 가운데 정부부채가 어떤 것인지 등을 세세히 구분해 부채 규모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공기업 부채 파악을 위해 오는 2008년부터 복식부기를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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