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6일 확정 발표한 증권ㆍ선물시장 운영체제 개편안은 증권시장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으로 통합에 반대하는 부산지역의 민심을 달래기 위한 절충안이다. 그러나 불과 두 달도 안돼 정부의 입장이 뒤집어져 정책신뢰성에 큰 흠집을 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통합거래소, 사업본부체제로 운영=통합거래소의 큰 틀은 사업본부체제 운영이다. 경영지원본부가 기획ㆍ인사ㆍ예산 등 경영관리를 담당하고, 이전의 3개 거래소는 각각 유가증권ㆍ코스닥ㆍ선물시장사업본부로 바뀌어 시장운영을 맡는다. 또 시장감시위원회는 독립기구로 매매심리ㆍ회원감리 등 현재 각 거래소가 있는 자율규제기능을 담당한다.
통합거래소 체제는 3개 시장을 아우르는 경영기획 및 관리기능을 갖추게 돼 신규상품 개발 활성화 등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효율적인 연계감시체제구축으로 불공정거래 적발 등이 용이해져 시장투명성이 제고될 수 있고 뉴욕증권거래소 등 해외 거래소와의 연계추진에도 효율적이다. 변양호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은 “현ㆍ선물이 융합된 하이브리드상품 등이 개발됐을 경우 시장간 불필요한 유치경쟁이 사라지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부산민심 고려한 절충안=하지만 통합거래소 본사를 부산에 두기로 한 결정은 통합을 거세게 반대해 온 부산지역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일부에서는 내년 총선용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도 보낸다. 이에 대해 정부는 `지방분권화와 지방경제 활성화`차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의 추진과정을 보면 `부산 민심 달래기`라는 점이 역력하다. 정부는 지난 3월25일 금융발전심의회가
▲통합거래소
▲지주회사
▲개별거래소체제 등 3가지 개편안을 제시한 지 이틀 만에 지주회사 방안으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선물거래소가 있는 부산지역 시민단체가 통합저지투쟁위원회를 공식 발족하고, 증권거래소 등 유관기관 노조도 파업불사를 선언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이해 당사자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한 것이다.
급기야 청와대까지 나서 재경부에 당사자 합의도출을 요구하자 정부는 지난달부터 부산시 및 선물거래소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유관기관협의회를 만들어 개편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했다. 이렇게 해서 찾아낸 답안이 바로 부산 본사의 통합거래소. 통합거래소안을 선호하는 증권거래소의 입장을 들어주면서 `부산 본사` 카드로 부산지역을 설득하자는 `묘수(妙手)`인 셈이다.
◇입법화까지는 진통 예상=통합거래소안에 대해 선물회사들이 회원인 선물거래소는 개별거래소 체제 유지를 주장하며 반대하고 있는 등 입법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선물회사 관계자는 “현ㆍ선물을 같이 하면 증권회사에 비해 선물회사의 설 자리가 좁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 사업본부 체제라 하더라도 지금처럼 3개 시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지원기능만 모아서 별도의 거래소를 또 하나 부산에 세우는 건 `중복투자`이자 내년 총선용 부산민심달래기 라는 비난을 불식시키는 것 또한 과제다.
<임석훈기자 sh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