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레짐 체인지] <4> 신시장을 열어라

아세안과 FTA 업그레이드… 6억 시장 선점 나서야<br>동남아 한류바람 거세다지만 교역부분선 중국이 휩쓸어<br>베트남·인도네시아 등과는 양자 FTA로 실질 혜택 모색<br>국내IT·차-아프리카 자원 연계… 패키지 개발 전략도 효과적



미국 경제 제재 해제 기대감으로 수출대국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미얀마. 동남아의 전략적 요충지인 이곳 수도 양곤에서는 가정마다, 거리마다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메이드 인 차이나(중국산ㆍMade-in-China)'다. 현지 회계연도가 시작하는 지난해 4월부터 올 3월 말까지 중국으로부터 미얀마가 수입한 물량의 총액은 27억8,600만여달러 규모다. 현지 상위 10대 수입국 물량의 무려 15.4%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미얀마의 한국산 총수입액은 불과 4억5,100만여달러다. 우리 국민들은 동남아에서 문화 한류바람이 거세다고 자부해왔지만 정작 현지 신흥시장은 대한민국식 한류(韓流)가 아닌 중국식 한류(漢流)에 빠져 있다. 박철호 KOTRA 양곤무역관장은 "중국산 제품들이 미얀마 접경지 등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며 "접경지의 보따리 무역상 등을 통해 들어오는 비공식 수입량까지 따진다면 미얀마의 중국산 수입 규모는 공식통계를 훨씬 넘어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에 대한 교역의존도 현상은 미얀마뿐 아니라 베트남ㆍ태국ㆍ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전역에서 확산되고 있다.


◇동남아ㆍ인도 등 '파이' 키워질 시장 공략 필요=우리 정부와 산업계 역시 신흥시장으로의 수출을 더욱 확대해 유럽발 경제위기의 예봉을 피해가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특히 이미 체결된 동남아ㆍ인도 등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좀더 발전시켜 시장개방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제2의 중국'으로 불리는 아세안은 인구 6억명에 국내총생산(GDP)이 2조달러에 달한다.

우리 정부는 이미 아세안과 지난 2009년 9월 FTA를 발효시킨 상태다. 그러나 당초 기대와 달리 이 FTA는 정부 내에서도 '활용도가 떨어지는 실패한 FTA'로 꼽히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기업들이 관세인하 혜택을 받는 비율이 40~50% 수준에 그치는 게 한ㆍ아세안 FTA"라며 "다자협상인 탓에 어려움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 업체들이 실질적으로 혜택을 보기 위해서는 아세안 중에서도 주요 국가들과 별도의 FTA를 맺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소한 업그레이드를 하든지 베트남ㆍ인도네시아 등 주요 교역국과는 별도의 양자 FTA를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특히 베트남ㆍ인도네시아 등과는 최대한 빨리 FTA 협상을 서둘러 실질적으로 한ㆍ아세안 FTA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야 한다는 것이 통상전문가들의 말이다.

인도도 마찬가지다. 인도와 우리나라는 준 FTA인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맺었다.


인도의 경우 우리가 체결한 FTA 중 가장 수준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품목 수 기준으로 72%는 관세철폐, 13%는 관세감축이었기 때문이다. 한미 FTA가 10년 내 관세철폐 품목이 98%(수입액 기준 97%)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개방폭이 적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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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인구 수만 해도 12억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가 자국산업 보호 등을 이유로 개방에 소극적인 측면도 있지만 유럽 재정위기로 수출 패턴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루 속히 CEPA 업그레이드 작업을 마쳐야 한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원의 관계자는 "정부가 동시다발적으로 FTA를 추진해 일을 크게 벌이기보다는 활용도가 떨어지는 FTA를 업그레이드하고 지금까지의 추진전략을 되돌아볼 때"라며 "중국이나 일본 등 우리 경제에 치명적일 수 있는 곳과의 FTA보다는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곳부터 차근차근 FTA를 하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통상전문가들은 현 정부가 곧 임기를 마감하는 만큼 아세안 개별 회원국과의 시장개방 확대를 위한 전략을 다음 정부에서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바통 터치' 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대외협상은 기존 협상 창구의 급격한 인선 변경 등에 따라 흔들릴 수 있어 협상창구의 안정화를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수출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파이를 더 키우기 위해서는 지금과는 다른 방식의 접근방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자원 개발과의 패키지 전략 필요=자원개발과 시장진출을 함께 꾀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광물자원공사는 지난달 볼리비아와 리튬이온전지의 핵심소재인 양극재 생산을 위한 합작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필수적 광물자원인 리튬을 확보할 수 있고 볼리비아와의 관계개선을 통한 수출증대도 가능하다. 광물개발 조건으로 가전ㆍ정보기술(IT) 등 국내 기업들의 현지 진출도 할 수 있다. '신(新)시장'을 만들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가스공사는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 가스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고 석유공사도 이라크 등 전세계에서 석유채굴 작업을 하고 있다. 셰일가스 등 신에너지원 개발과 심해 플랜트 같은 새로운 수출전략종목 육성은 우리에게 새로운 수출시장을 열어 줄 수 있다.

지식경제부 고위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자동차ㆍ반도체ㆍ휴대폰ㆍ전자통신기기 등 모든 분야의 산업을 갖고 있어 개발도상국 진출시 세트로 묶어 제공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며 "우리에게 필요한 자원개발과 개발도상국이 필요한 산업개발을 함께 추진하면 신시장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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