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9월 28일] 약값 낮추는 핵심 방안은

오는 10월부터 현행 '실거래가 상환제도'를 개선한 '시장형 실거래가 상환제도'를 주 내용으로 한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이 일부 개정돼 발효된다. '시장형 실거래가 상환제도'는 의료기관이나 약국이 제약업체로부터 의약품을 정부 고시가보다 싸게 구매하는 경우 약값의 차액을 의료기관ㆍ약국ㆍ환자 모두에게 인센티브로 지급하고 이듬해 그 차액만큼 의약품가격을 인하해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리베이트를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을 모두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제' 도입과 연구개발(R&D) 투자액이 높은 제약회사의 약제비를 감면해주는 '제약회사R&D투자 유인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복제약 판매보단 R&D 유인케 현행 '실거래가 상환제도'는 의료기관이나 약국이 고시가 1,000원인 약을 1,000원에 구입했다고 청구하면 건강보험이 700원, 환자가 300원을 부담하는 구조다. 그러나 '시장형 실거래가 상환제도'는 의료기관이나 약국이 상한금액 1,000원인 약을 900원에 구입한 경우 100원의 차액에서 의료기관이 70원, 환자가 30원의 혜택을 받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제도도입으로 매년 5%의 약가(藥價) 인하효과가 생겨 환자부담금이 연간 1,546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약품이라는 재화의 특성상 이해관계가 다른 의료기관ㆍ제약업계ㆍ소비자 등의 이견이 만만치 않다. 먼저 제약회사 R&D 투자 유인제도는 R&D를 촉진하려는 의도는 좋으나 지원비용을 건강보험 재정으로 충당한다는 점에서 재정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소지가 있다. 제약업계의 추정치에 따른 R&D 투자 유인제도의 조건에 해당되는 제약사 10곳의 평균 매출액 3,000억원에 대한 10% 약가 인하의 효과는 약 300억원이며 이러한 약가 인하 금액의 50%인 150억원을 매년 건강보험에서 충당하는 것은 적잖은 부담일 수 있다. 올해 국민건강보험의 적자가 2조원이 넘는 큰 규모인 것을 감안할 때 이러한 비용 증가는 향후 건강보험 재정악화 요인이 될 수 있다. 약가 인하를 위한 핵심적인 방안은 복제약 가격의 인하다. 우리나라의 제약산업은 시장 진입이 자유로운 상황에서 영세한 중소기업들에 의해 성장해왔다. 비용측면에서 R&D보다 복제약 판매 비용이 덜 들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관행에 의해 제약사들이 복제약 영업력에 치중해 리베이트가 성행했고 이는 제약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했다. 하지만 복제약품에 대한 가격경쟁으로 특허 만료시 오리지널과 복제약 가격 모두 외국처럼 특허만료 이전 가격의 낮은 수준으로 대폭 인하할 수 있다면 제약사는 리베이트를 통한 복제약 판매보다 R&D로 성장하려 할 것이다. R&D 투자는 궁극적으로 품질향상으로 이어져 제약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 일반의약품 소매점 판매 허용을 약제비 억제를 위한 통제수단은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약가 인하로 발생할 70%의 이익을 의료기관에 돌려주려는 근본적인 이유는 현행 건강보험수가가 낮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수가가 문제라면 의료 서비스를 비용의 관점에서 억제하려는 것보다 건강보험수가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낫다. 규제 완화를 통해 의료서비스의 수요와 공급이 작동하는 시장 친화적 접근이 필요하다. 시장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궁극적으로 의료서비스의 질이 향상돼 의료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또 제도 개선의 방안으로 일반의약품(OTC약품ㆍ의사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의약품)의 소매점 판매 허용을 추진해야 한다. 이미 선진국을 중심으로 OTC약품의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고 있으며 일본도 지난 1998년 허용한 이래 점차 판매 약품 가짓수를 확대하고 있다. 이를 허용한다면 약가의 가격 경쟁으로 의료비가 절감돼 건강보험의 재정 절감은 물론 소비자의 후생증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소비자의 약품 선택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현행 제도는 약품을 환자가 아닌 의료진이 선택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다른 약을 처방 받을 수 있다. 처방전에 동일성분의 오리지널과 복제품의 가격 정보 등을 제시해 소비자에게 약품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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