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이 신임 원내 사령탑으로 각각 홍준표ㆍ원혜영 원내대표를 선임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정국은 아직도 얼어붙어 있다. 두 원내대표 모두 유연한 사고와 관록을 갖추고 있고 사적 친분도 있던 터라 화합의 정치가 기대됐지만 성과는 아직 기대에 못 미친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서로 간에 불신의 골만 깊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홍 원내대표는 최근 일부 기자들 앞에서 “원 원내대표와 (협상을) 하면 잘 될 줄 알았는데 더 어렵더라”며 고충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반면 원 원내대표는 “홍 원내대표가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불쾌감을 내비치고 있다. 양측은 이제 공개적으로 실랑이를 벌일 정도다. 홍 원내대표는 이번주 들어 언론을 통해 원 원내대표와의 회동계획을 잇따라 내비쳤고 원 원내대표 측은 이를 계속 부인하고 있다.
양측은 당장의 쇠고기 파문이나 국회개원 문제 말고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통일정책, 개헌 등 서로 부딪힐 일이 앞으로 산적해 있다. 따라서 임기 초부터 양당 수뇌 간 냉기류가 돌면 정국에 좋지 않은 징조로 비쳐져 민심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
좋은 궁합이 점쳐졌던 양당 수뇌가 왜 이처럼 어긋난 것일까. 양측을 두루 잘 아는 한 여당 인사는 이에 대해 “두 사람 모두 너무 ‘큰 그림’에 집착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큰 그림이란 원내대표 이후의 정치적 포부를 말한다. 원내대표의 임기는 1년. 아직 50대로 혈기왕성한 두 정치인이 더 큰 꿈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두 정치인 모두 큰 꿈을 위해 원내대표 임기 중 강한 인상을 남겨 훗날의 디딤돌을 만들겠다는 조급증이 있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서로에게 서운한 점이 있을 것이다.
홍 원내대표는 원 원내대표가 개원협상에서 통 크게 합의해줘 정치력을 과시할 수 있는 ‘멋진 사진’을 만들어봤으면 하는 기대를 할 수 있다. 반면 원 원내대표는 홍 원내대표가 쇠고기 문제에 전향적 입장을 보여줘 자신을 강한 야당 지도자로 각인시키는 기회가 되길 바랄 수 있다.
그러나 정국은 짧고 정치는 길다. 오늘 꼭 한 건 올리지 않더라도 내일 성과를 낼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굳이 지금 이기겠다는 조급함보다는 큰 정치를 위해 오늘은 ‘비기기만 하자’는 여유가 필요하다. 드러난 쇼맨십보다 물밑 교감을 선행하는 정치력이 필요하다. 두 사람의 혜안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