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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기업이 하이마트 폭탄에 휘청거리고 있다. 우량매물로 평가되던 하이마트가 선종구 회장을 비롯한 하이마트 경영진에 대한 검찰 수사 착수로 주가가 곤두박질 친 것은 물론 매각일정까지 차질을 빚게 됐다.
27일 오전까지도 "매각 일정은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던 유진기업측은 이날 오후 자세를 바꿨다. 검찰 수사라는 벽 앞에서 하이마트 매각 강행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유진측은 이날"일정을 조정한다"라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상 일정은 전적으로 검찰의 수사 속도에 달려 있다. 수사가 장기화 될 경우 매각 절차는 시작도 못할 공산이 크다. 반면 인수 후보로 나섰던 롯데그룹과 신세계, 홈플러스 등은 여유 있는 모습이다. 하이마트는 탐이 나는 매물이지만 화급을 다툴 M&A는 아니다. 게다가 검찰 조사 후 기업가치가 떨어지면 매각 가격도 내려 앉을 수 있다.
다음달 2일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시작으로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던 하이마트 매각작업은 지난 주말 검찰 수사라는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검찰이 지난 25일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이 수백억원의 회삿돈과 개인 재산을 해외로 빼돌렸다는 혐의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것이다.
검찰이 혐의를 두고 있는 횡령이나 탈세 등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하이마트의 기업 가치는 떨어지고 이는 매각가격에 반영될 수 밖에 없다. 하이마트가 주식시장에 계속 상장될 수 있을지 여부도 미지수다. 코스피 상장규정에 따르면 대규모 법인은 자기자본 2.5% 이상의 횡령에 대해선 혐의 발생단계부터 공시해야 하고,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상장폐지가 된다면 기업가치는 크게 훼손될 수 밖에 없다.
의욕이 넘쳤던 인수 후보군도 자연스럽게 사태를 관망하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롯데, 신세계, 홈플러스 등은 일단 검찰 조사 결과를 지켜 봐야겠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포기'라는 단어는 입에 올리지 않고 있다.
가전 전문점 시장 1위인 하이마트라는 대물을 선 회장 개인 비위 문제로 포기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초 매각을 추진할 때보다 하이마트의 가치가 다소 떨어질 수도 있는 만큼 좀 더 자사에 유리한 쪽으로 인수를 추진하기 위해 기다려 보자는 분위기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인수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협상 대상자에 선정된 것도 아니고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기는 어려운 상태"라며 "검찰 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하이마트 기업 가치 변화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와 홈플러스측은 좀 더 신중한 모습이다. 신세계 그룹의 한 관계자는 "기존 인수 입장에 아직 변화는 없다"면서도 "하이마트 인수가 당장 처리할 급한 사항이 아닌 만큼 검찰 수사 상황을 봐가면서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의 한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이제 시작된 상황에서 인수 절차가 제대로 이뤄질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하이마트에 불어닥친 검풍(檢風)이 장기적으로는 호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검찰 수사로 인해 선 회장의 거취가 정리되면 하이마트 인수에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됐던 선 회장의 경영권 리스크가 한번에 해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