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10월 25일] 中企 보호만이 능사 아니다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공정사회 만들기'를 강조하면서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이 경제계의 가장 큰 이슈가 됐다. 급기야 지난 9월29일 청와대 회의에서는 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동반성장 방안까지 나왔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중소기업 적합 업종을 선정해 이 분야에 대기업의 진입을 규제하고 대ㆍ중소기업 간 납품대금 결제에도 정부가 간여할 수 있도록 하며 대규모 소매업거래공정화법을 제정한다고 한다. 무리한 지원에 경쟁력 꺾일수도 대ㆍ중소기업 관계를 지금보다 바람직한 단계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대통령과 정부의 진정성은 십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대책들이 과연 공정사회로 가는 올바른 길인지 그리고 '뜻이 바르다'해서 과연 의도한 대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인지 짚어봤으면 한다. 우선 중소기업영역을 보호하는 것이 옳은지 의문이다. 과거에도 중소기업 고유 업종제도나 단체수의계약 제도가 있었지만 기존의 중소기업만 보호하고 결과적으로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등 득보다 실이 많아 없어지거나 축소됐다. 중소기업 적합 업종이나 품목을 정하는 것도 문제다. 먼저 무엇이 중소기업에 적합한지 그 자체를 판단하는 것부터 어렵다. 최근 애플이 중소기업들이나 만들던 태블릿PC와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어 엄청난 성공을 거둔 데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지금 중소기업이 만들고 있다고 해서 중소기업 적합품목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다. 중소기업 적합 품목을 선정한 후에도 문제다. 기존에 진출해 있는 대기업을 몰아내는 것도 무리이며 그렇다고 그대로 기득권을 보호해줄 수도 없다. 또한 국내 대기업의 진출은 봉쇄할지 몰라도 외국 제품이 국내시장에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는 점에서 국내 대기업의 자리를 외국기업에 바치는 격이 될 수 있다. 대기업이 참여하지 못하면 중소기업들이 현실에 안주해 기술개발이나 대형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양질의 제품과 더 나은 서비스를 누릴 소비자의 권리가 희생될 수 있을 것인데 이런 것을 공정사회라고 받아들일 국민은 없을 것이다. 둘째, 납품단가 문제에 정부가 간여하게 되면 가격기능이라는 시장경제원리의 핵심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바라는 것은 원자재 가격이 오를 때마다 대기업이 납품단가를 최대한 올려주라는 것이겠지만 납품단가를 올리면 완제품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 수출이 줄고 시장점유율이 떨어져 결국은 생산을 축소하고 협력업체에 대한 부품발주도 줄게 된다. 납품가격을 올리는 것이 당장에는 중소기업을 도와주는 길 같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동반쇠퇴의 길로 몰아가는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나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도와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지금도 중국을 비롯한 신흥경제권 기업들의 공세 때문에 우리 중소기업이 설 땅이 좁아지고 있다. 또 글로벌 아웃소싱의 바람마저 거세게 불고 있다. 나이키와 같은 글로벌 대기업들은 더 좋은 조건을 찾아 자국 기업 대신 세계 각지의 기업들로부터 부품을 조달하고 있다. 국경 없는 글로벌 경쟁시대에서는 모기업과 부품업체 간에 안정적인 협력관계가 장기간 유지되기 어렵다. 이제 중소기업들도 홀로서기를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무한경쟁속 自活 준비 서둘러야 정부대책이 발표되면서 대기업들은 진의 파악에 부심하는 것 같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중소영세기업들의 불만정서가 커지자 정치권에서 민심달래기에 나서고 있는 형국인데 또 어떤 대책이 나올지 걱정스러워 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지난 1992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세계중소기업자대회에서 대만 중소기업청장이 한 말이 생각난다. 그는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중소기업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은 잘 알지만 보호만으로는 강해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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