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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케이블TV에 방영 중인 애니메이션에 '꼬마 의사 맥스터핀스'라는 디즈니 프로그램이 있다. 조카들이 좋아해서 가끔 보는 데 재미있다. 맥스터핀스라는 여자 아이가 있는데 이 꼬마는 장난감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장난감들은 사실 살아있는데 어른들에 들키지 않기 위해 그냥 '장난감'인 척한다. 활달하고 친절한 맥스터핀스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친구들의 고장 난 장난감을 고친다는 것이 대강의 줄거리다.
디즈니류의 보통 애니메이션인데 여기다 기자의 상상을 보태봤다. 맥스터핀스가 자폐증을 앓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애니메이션에서도 "장난감한테 이야기하는 아이"라는 어른들의 대사가 가끔 나온다. 모든 내용은 만화적인 마법이 아닌, 병든 아이의 공상일 뿐이다. 이 '꼬마 의사'의 부모로서는 정말 가슴 아픈 상황일 것이다.
자폐증·신동·트렌스젠더·소인증 등 보통사람들과 다른 예외적 자녀를 키워낸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 나왔다. 미국의 소설가 겸 저널리스트인 앤드루 솔로몬이 지난 2012년에 출간하고 이번에 한국어로 번역된 '부모와 다른 아이들 1~2(원제 Far From the Tree)'이다. 저자는 10년에 걸쳐 300가구가 넘은 예외적 자녀를 둔 가족들을 상대로 4만페이지가 넘는 인터뷰를 해서 이 책을 집필했다. 책은 동성애자, 청각 장애인, 소인증, 다운증후군, 자폐증, 정신분열증, 신동, 강간으로 잉태된 아이, 트렌스젠더, 범죄자 등 예외적 자녀를 길러내야 했던 가족들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다.
물론 이 책이 그런 예외적인 자녀를 둔 또 다른 부모들을 위로하려는 단순한 경험담의 집적은 아니다. 저자는 한걸음 더 나간다. 저자는 아이가 부모로부터 얻는 동질적인 특성을 '수직적 정체성'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물려받지 않은, 부모와는 다른 차이를 '수평적 정체성'이라고 했다.
상상할 수 있지만 책에 서술된 부모들은 처음에는 자식들과의 이런 차이들을 인정하지 않았다. 적응하려고 노력했지만 늘 성공적이지도 못했다. 청각 장애인들에게 수화 대신 발화교육만을 시키려 했던 부모, 왜소인의 키를 늘려 정상인에 가깝게 만드는 하지 연장술을 사용한 부모까지 있었다. 태아는 늘 정밀 검사를 받는데 이로 인해 장애가 있는 아이는 아예 태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저자는 놀라운 사례를 소개하는 데서 더 나아가 보편적인 인간성에 대해서도 남다른 천착을 보인다. 중증 정신질환자 또한 부모들의 헌신과 희생 덕택에 똑같은 '인간'으로서 거듭나는 사례를 제시했다. 우리가 열등한 차이로 구분하는 특질들도 또 다른 정체성일 뿐이다. 차이가 다양성을 만들고 이를 인정하는 것이 인간이라고 말해준다.
그리고 그 근간에는 사랑이 모든 편견을 초월할 수 있다는 통찰이 존재한다. 저자는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우리와 이 사회의 책임"이라고 강조한다. 2000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에릭 캔들 박사는 추천사를 통해 "인종과 종교뿐 아니라 '정체성'에 따른 삶과 자유, 행복 추구에까지 기본권을 확장한 '21세기 심리학적 권리장전'"이라며 "견줄 데 없는 교육적 경험과 통찰과 연민, 지성으로 가득 찬 경험을 선사한다"고 말했다.
한국사회의 예외적인 자녀를 둔 적지 않은 부모들이 이 책을 보면서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비(非)장애인을 둔 더 많은 부모들도 인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가 될 듯하다. 1~2권 각 2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