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협조융자」도 실효(사설)

부도유예협약의 대타로 떠오르던「협조융자협약」이 햇볕도 보지 못한채 스러질 운명에 놓였다. 일시적 자금난으로 위기에 처한 건실한 기업을 지원 회생시키기 위해 정부의 입김으로 마련중인 협조융자협약이 무용론에 부딪쳤기 때문이다.협조융자협약의 무용론은 부실기업 대책이 또한번 겉돌고 있음을 의미한다. 곧 정부가 내놓은 대책마다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부실기업 회생책으로는 부도유예협약이 꼽힌다. 부도유예협약은 부작용만 양산하고 사실상 폐기된 것이나 다름없다. 부도유예협약이 적용된 기업치고 회생된 기업이 없다. 기아사태에서 보듯 경제전반에 극심한 병인만 제공하고 끝내는 최악의 수순인 법정관리로 가고 있다. 그 대안으로 정부가 제시한 것이 협조융자협약이다. 회생가능한 기업의 흑자부도를 미리 막자는 취지다. 협조융자가 과거에도 없었던 제도가 아니나 다만 과거와 다른 점은 주먹구구식을 피하고 외압에 흔들리지 않도록 지원대상·규모·방법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다. 이 역시 은행권의 자율결정처럼 되어 있지만 실은 정부의 입김과 독려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성안도 되기 전에 퇴장이 불가피해졌다. 사실상 협조융자 지원을 받은 해태가 화의와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뉴코아가 부도를 당함으로써 전혀 회생에 도움이 되지 못해 의미가 없어졌음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은행이 긴급 자금을 지원해도 제2금융권이 회수해감으로써 지원 효과가 상쇄되었던 것이다. 부도유예협약때와 조금도 달라진 점이 없다. 제2,제3금융권의 협조없이는 협조융자협약도 실효없는 장식에 불과할 뿐이다. 금융경색을 심화시킨 금융시스템 마비의 한 단면이다. 금융외환 위기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기업의 돈 가뭄은 극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은행대출은 사실상 중단상태에 있고 부실화한 제2금융권의 자금난도 기업못지 않은 상황이다. 중소기업은 더 이를 것 없고 10대 재벌기업까지도 고리의 사채시장을 기웃거릴 정도다. 금융경색 외환불안은 실물경제에 파급, 되살아나던 산업경기를 위축시키고 있다. 전경련이 조사한 11월의 기업경기 실사지수가 지난 4월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효험은 없고 부작용만 남는 대증 처방책보다 금융시장 불안해소나 대외신인도 회복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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