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4월 30일] 상하이엑스포를 보면…

우리나라와 중국의 국력은 서로 반비례 관계였다고 일부 역사학자들은 말한다. 중국이 강할 때 우리는 약했고 중국이 약할 때 상대적으로 우리가 강했다는 것이다. 만주와 한반도 북부를 지배했던 고구려와 발해시대에 중국은 분열상태였거나 쇠퇴하던 시기였다. 중국 통일왕조인 한(漢)이 멸망하고 이른바 위진남북조ㆍ오호십육국 등 혼돈의 시기였다. 역대 최대규모의 엑스포 반면 중국이 활발하게 대외팽창에 나섰을 때 우리 민족은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한 무제는 고조선을 멸망시켰고 한반도에 한사군(漢四郡)을 설치했다. 중국을 오랜만에 통일한 당나라의 기세에 고구려ㆍ신라는 패망의 길로 치달았다. 이후 원ㆍ명ㆍ청을 거치며 조선시대까지 우리는 중국의 그늘 아래 조공국가를 해왔다. 21세기 현재, 중국은 미국까지 제칠 기세를 보이면서 다시 한번 최대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 실체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오는 5월1일 개막해 6개월 동안 진행될 예정인 상하이엑스포다. 상하이엑스포는 지난 1851년 처음 열린 영국 런던의 만국박람회 이후, 모든 면에서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를 위해 중국정부는 신공항 건립 등 상하이 인프라 구축에 380억달러 가까운 거액을 투입했다. 192개국과 50개의 국제단체가 참가하고 대한민국을 비롯한 42개 국가관이 운영된다. 개막식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포함, 세계 30개국 정상들이 참석하고 예상 관람객만 7,0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상하이엑스포를 통해 대외적으로 중국의 위상을 높이고 안으로는 국민을 통합,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물론 우리도 상하이엑스포로 적잖은 것을 얻을 수 있다. 192개 참가국 가운데 중국을 제외하고 가장 큰 규모로 참가해 3조700억원 정도의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KOTRA는 분석했다. 또 국가브랜드 인지도 향상과 그동안 주춤했던 중국 내 한류 붐을 다시 이끌어내는 호기가 될 수도 있다. 상하이는 중국 역사의 수치스러운 부분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1842년 청이 아편전쟁에서 영국에 패하고 맺은 난징조약 이후 100여년 동안 상하이는 중국 대륙에 있기는 했지만 사실 중국인들의 땅이 아니었다. 영국ㆍ미국ㆍ프랑스가 각각 자기 구역을 설정하고 식민지화했다. 상하이 시내에서 중국인들은 개와 더불어 공원에 출입하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중국은 이번 엑스포를 계기로 치욕을 겪었던 상하이를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금융ㆍ해운 중심도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30년 개혁ㆍ개방의 성공을 상하이를 통해 입증하려는 것이다. 19세기 서구 제국주의 세력의 서세동점(西勢東漸ㆍ서양이 동양을 점령) 방향을 중국은 21세기에 들어서 중세서점(中勢西漸ㆍ중국이 서양을 점령)으로 틀고 있다.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중국 상하이엑스포가 중국인들에게 내세우는 '국문불출 간편세계(國門不出 看遍世界ㆍ외국에 가지 않고도 세계를 본다)'라는 표어는 중국의 자신감이 어디까지 이르렀는지 잘 대변해 준다.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액수의 달러를 보유하고 원자재를 빨아들이는 제조업 왕국, 13억명이 넘는 인구가 바잉(buying)파워를 가지고 아프리카ㆍ남미 등 제3국에 대규모 원조를 퍼붓고 있는 새로운 중국은 이제 우리에게 두려움의 상대로 다가오고 있다. 이미 빈사상태에 이른 북한의 사정을 비춰볼 때 중국이 한반도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역사학자 E H 카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대화'라고 말했다. 지금이 선조들과 '거대한 중국'을 놓고 진지한 대화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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