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증권사 등 2금융권이 단기자금시장인 콜시장에서 장기영업자금을 조달하는 행위가 제한된다. 은행과 증권사의 담합의혹을 불러일으킨 금리지표인 양도성예금증서(CD) 대신 코리보(KORIBORㆍ은행 간 호가금리 평균)를 단기지표금리로 활성화시킨다.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은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금융회사 간 단기자금시장 개편방안'을 20일 발표했다.
금융위는 콜시장에서 2015년부터 제2금융권 참여를 배제하고 콜시장을 은행 중심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콜머니(call moneyㆍ자금차입)시장에서 돈을 빌리던 증권사와 콜론(call loanㆍ자금대여)시장에서 돈을 굴리던 자산운용사에는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불안이 단기자금시장에 퍼지는 일을 막기 위해 규제를 가한다고 밝혔다. 또한 금융기관 간 단기자금시장이 콜시장 위주로 굴러가고 있어 다양한 자금조달 수단이 부족하다는 점도 반영했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증권 업계는 실적이 저조한데 자금조달마저 막는다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증권 업계가 불안하기 때문에 콜시장에 들어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권사 위기에 자금시장 줄 끊어=국내 단기자금시장은 콜과 CD, RP(환매조건부채권)ㆍCP(기업어음) 등으로 구성된다. 전체 단기자금시장의 일평균 거래ㆍ발행액 47조8,000억원 가운데 콜은 29조9,000억원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특히 약 5조원에 달하는 콜머니시장의 상당 부분은 중소형 증권사가 활용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증권사가 콜시장에서 손쉽게 장기영업자금을 조달하는 상황에서 2008년 금융위기 같은 사태가 발생하면 증권사의 불안이 금융시장 전체 위기로 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08년 위기 당시 콜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던 자산운용사들이 펀드를 환매하면서 여기서 돈을 빌렸던 증권사에는 차환위기가 왔다. 결국 한국은행이 긴급 자금을 공급해야 했다. 증권사 실적이 떨어진 현재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중소형 증권사 비싼 이자로도 자금조달 힘들어=정부는 2014년 상반기 중 증권사의 콜머니차입 한도 기준을 자기자본의 25% 이내에서 15% 이내로 낮추기로 했다. 2015년부터는 이마저도 금지한다. 현재 대형 증권사는 대부분 자기자본의 20% 이내에서 콜머니를 쓰고 있다. 결국 중소형증권사에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증권사는 앞으로 CP나 RPㆍ전자단기사채등으로 자금조달창구를 바꿔야 한다. 그러나 이는 비싼 금리를 치러야 하고 그마저도 어려운 형편이다.
이 밖에 자산운용사가 돈을 굴리던 콜론시장도 참여가 제한된다. 당국은 앞으로 2~3년간 단계적으로 자산운용사가 총자산 대비 1.5% 이내로 콜론시장에 자금을 대여하도록 낮출 계획이다. 현재는 총자산의 약 2.4% 정도를 콜론시장에 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