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90주년 中공산당의 두 얼굴

중국이 온통 붉은 물결이다. 다음달 1일 공산당 창당 90주년을 앞두고 베이징의 수도박물관 등 공공건물에는 '위대하고 영광스러운 중국 공산당 만세' 등의 글귀가 적힌 붉은 깃발이 휘날리고 톈탄공원ㆍ만리장성 등에는 공무원은 물론 일반 직장인들까지 모여 혁명가요를 부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중국에서는 요즘 90주년을 계기로 인민들에게 당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려는 국가적 이벤트가 줄을 잇고 있다. 최대 하이라이트는 30일로 예정된 중국의 심장부인 베이징과 지난 1921년 공산당 첫 회의가 열린 상징적 도시인 상하이를 잇는 1,318㎞의 세계 최장 고속철 개통식이다. 중국은 이제 프랑스의 알스톰 등 세계 최고의 고속철 기업과 어깨를 겨룰 정도로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으며 길이 1,290㎞의 미국 고속철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150년 전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태평양을 건너 미 대륙횡단 철로의 굄목을 날랐던 이들이 중국인 노동자, 이른바 쿠리(苦力)였기에 중국의 미국 고속철 진출은 더욱 상징성이 크다고 본다. 중국의 이 같은 놀라운 경제발전은 지난 30년간 지속적인 개혁ㆍ개방정책을 이어오며 선진기술 획득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수준과 규모의 놀라운 발전에 비해 지속가능하고 견실한 경제구조를 뒷받침하는 정치 시스템 개혁은 답보 상태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과거 개발독재 국가가 그랬듯 경제성장 제일주의를 내세우며 류사오보 노벨평화상 수상자 등 공산당 일당 독재에 반대하는 인사에게는 탄압과 구금으로 일관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다수 인민이 고속으로 달리는 '중국 개발 열차'에 탑승하고 있지만 빈부격차, 곪아터지고 있는 공산당 내부 부패 등 사회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수준의 경제성장을 얼마나 지속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당 내부에서도 공산당을 견제할 수 있는 정치개혁이 단행돼야 한다는 소수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 서열 3위인 원자바오 총리가 대표적 예다. 원 총리는 27일 유럽 순방에서 '중국의 민주법치'를 또다시 강조하며 사법부 독립, 직접선거 확대 등의 정치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국은 공산당을 견제할 현실권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절대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중국 당원은 중국 공산당의 자체 부패조사를 자조적으로일컫는 슈앙꾸이(雙規)에 벌벌 떤다. 조사 대상자에게 '시간'과 '장소' 두 가지를 임의로 통보한다는 것에서 유래한 말로 슈앙꾸이에서 결정되면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슈앙꾸이가 아니라 사법부에 위엄이 서야 한다는 내부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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