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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스러운 경기였습니다." 단단하고 빠른 그린과 까다로운 핀 위치로 무장한 코스에서 5언더파 66타를 적어낸 안병훈(24)은 거의 완벽한 경기였다고 본다며 활짝 웃었다.
안병훈은 17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GC(파71·6,953야드)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PGA) 투어 제31회 신한동해오픈(총상금 10억원) 첫날 버디 6개를 잡고 보기는 1개로 막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안병훈은 탁구스타 출신 안재형-자오즈민 부부의 아들이다. 남자골프 세계랭킹 56위로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그는 2012년 한국·유럽 투어가 공동으로 주최한 발렌타인챔피언십 이후 3년5개월 만에 국내 대회에 출전했다. 지난 5월 유럽 투어 메이저급 대회 BMW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남자골프 기대주로 떠오른 안병훈은 국내 대회 첫 우승 도전의 첫 단추를 잘 끼웠다.
다부진 체격에 장타를 갖춘 안병훈은 이날 정교함과 퍼트 실력까지 뽐내며 타수를 줄여나갔다. 10번홀(파4)에서 출발한 그는 11번홀(파4)에서 첫 버디를 잡은 뒤 13번(파4)과 14번홀(파5) 연속 버디를 보탰다. 15번홀(파4) 보기를 18번홀(파4) 버디로 만회했고 후반 들어 2번과 6번홀(이상 파5)에서 1타씩을 더 줄였다. 3개의 파5 홀에서 모두 버디를 만들어냈다. 6번홀에서는 그린 앞 벙커 턱 러프에서 친 세 번째 샷을 홀 1m에 붙여 버디를 잡았고 7번(파3)과 8번홀(파4)에서는 각각 3m와 6m가량의 파 퍼트를 홀에 떨어뜨리며 위기를 벗어났다.
안병훈의 어머니 자오즈민(중국)씨는 대회장을 찾아 이날 24번째 생일을 맞은 아들을 따라 코스를 돌았다. 유럽 투어를 주 무대로 하는 안병훈은 "아시아 지역 대회 때는 어머니가 응원을 오신다"면서 "샷이 잘 돼 세게 때렸고 퍼트도 잘 됐다. 남은 사흘 동안도 오늘처럼 플레이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안병훈과 동반한 김경태(29·신한금융그룹)는 2언더파 69타로 무난하게 출발했다. 일본 투어에서 시즌 3승을 거두며 상금랭킹 1위를 달리는 김경태는 "샷 감각은 여전히 좋고 지난주 한국오픈(공동 14위)에 비해 퍼트가 좋아졌다. 코스와 그린 스피드도 잘 맞는다"고 말했다. 첫 홀인 10번홀에서 벙커 샷과 어프로치 샷 실수 탓에 더블 보기로 출발한 그는 11번, 12번홀 연속 버디로 만회한 후 버디 4개와 보기 2개로 2타를 줄였다. 안병훈에 대해서는 "거리가 나면서도 섬세한 플레이를 한다"면서 "유럽의 다양한 코스를 경험한 때문인지 쇼트게임 능력으로 위기도 잘 넘겼다"고 평했다.
데뷔 7년 차 이동민(30·바이네르)은 6언더파 65타를 쳐 오후4시 현재 단독 선두에 오르며 국내파의 자존심을 세웠다. 지난해 동부화재프로미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이동민은 지난주 한국오픈에서 공동 3위를 차지하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보기는 1개로 막고 버디 7개를 골라낸 그는 퍼트 수 27개로 마무리할 만큼 그린 플레이가 돋보였다. 그는 "퍼트에 자신 있어 샷이 잘 되면 좋은 스코어가 나온다"며 "변수가 많은 코스이기 때문에 안정된 샷을 구사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전략을 설명했다. 주흥철이 4언더파 67타, 매일유업오픈 챔피언 김대현은 1언더파 70타를 스코어카드에 써냈다.
한편 10번홀은 공포의 대상이 됐다. 원래 파5 홀인 것을 이번 대회에서 파4로 세팅했는데 거리가 507야드(464m)나 된다. 장타자 안병훈도 세컨드 샷에서 209야드를 남기고 3번 아이언을 잡아야 했다. 스팀프미터로 3.3m가 나오는 빠른 그린에 볼을 세우기가 어려워 더블 보기를 기록한 김경태를 비롯해 많은 선수가 타수를 잃었고 파를 기록하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베테랑 강지만(39)은 오전에 경기를 시작한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버디를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