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1,000P를 잊자

이학인<증권부 차장>

주식시장에서 종합주가지수 1,000포인트 재돌파와 안착이 큰 관심사다. 내수회복에 대한 기대와 적립식펀드 등 간접상품을 통한 유동성 유입으로 1,000을 훌쩍 넘어섰던 종합주가지수가 최근 980~990선에 머무르고 있다. 2조원이 넘는 외국인물량을 받아내면서도 이 정도 수준에서 지수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위안을 주기는 하지만 한국증시의 20년 묵은 숙제인 네자릿수 주가 안착이 쉽지 않음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최근 한 증권사에서 ‘다우존스’ 방식으로 한국의 주가지수를 분석했다. 이 증권사는 지난 92년을 기점으로 국내 각 산업을 대표하는 19개 우량주의 주가를 1,000으로 산정하고 지수를 추적한 결과, 3월 기준 이들 우량주의 주가지수는 8,030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 기간 종합주가지수는 624에서 1,000포인트로 오르는 데 그쳤다. 외환위기 과정에서 시중은행의 몰락, 대기업의 부실 등으로 제자리걸음을 한 종합주가지수와 우량주의 상승 속도는 20배 이상 차이가 난 셈이다. 이 결과는 한국 주식시장이 종합주가지수 1,000포인트에 늘 발이 묶이면서도 내적으로 큰 흐름이 바뀌고 있음을 반증한다. 성장성과 수익성을 결합한 우량기업들의 주가가 오르는 정상적인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최근 자회사의 불법거래로 곤욕을 치르고 있지만 여전히 ‘오마하의 현인(Oracle of Omaha)’으로 주식투자자들의 스승이자 귀감인 워렌버핏의 ‘가치투자’가 한국에서 각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시장에서 저평가된 우량기업에 투자하고 참을성 있게 기다린다. 그리고 한꺼번에 막대한 수익을 얻기보다는 수익을 지키기 위한 리스크 관리에 더 신경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우존스 방식으로 우량주의 주가지수를 계산한 이 증권사는 2000년부터 저평가 우량주를 발굴, 수년간 팔지 않고 기다리는 방식으로 자사의 자산(상품주)을 운용했다. 이 증권사의 2000년 이후 누적자산운용수익률(2005년 2월 현재)은 354%로 연평균 21.3%의 투자수익률을 올린 워렌버핏을 능가하는 결과를 얻었다. 주식시장을 운용하고 있는 증권선물거래소는 종합주가지수를 대체할 주가지표를 올해 말까지 개발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 이 지수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우량주를 묶는 방향으로 강구되고 있다. 주식시장 운용 주체조차 효용이 떨어지는 것으로 인정한 종합주가지수에 쏟는 관심을 기업이나 산업분석으로 돌려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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