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저가 담배라니…" 오락가락 정책에 부글부글

"건강 위해 가격 올려놓고는…"

정치권 이중적 행태에 비판 봇물

복지부도 금연정책 악영향 우려

유승민 "검토 차원의 이야기일뿐"

설 연휴 내내 '담배 끊으라'는 친지들의 말을 듣고 금연을 결심한 대학생 최준식(21·가명)씨는 머지않아 값이 싼 담배가 나올 것이라는 소식에 금연 결심이 흔들리고 있다. 최씨는 "국민 건강을 위해 담뱃값을 올릴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저가 담배를 내놓으려고 하는 정치권의 이중적인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설 연휴 직전 정치권에서 "저가담배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거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시민들은 정부와 국회가 '국민건강 증진'을 기치로 내걸고 논란 끝에 담뱃값을 큰 폭으로 인상한 지 두 달도 안돼 저가 담배 카드를 들고 나오자 금연정책이 일관성을 잃고 엇박자만 내고 있다는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22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설 연휴 직전인 지난 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기존 담배보다 가격이 저렴한 저가 담배를 검토해 볼 것을 당 정책위에 지시한데 이어 19일에는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도 보도자료를 통해 저가 담배 활성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같은 정치권의 저가 담배 도입 아이디어가 제기되자 시민들은 연휴 내내 격한 반응들을 쏟아 냈다. 시민들은 "담배 값 올린지 얼마 되지도 않아 저가담배 검토라니 정말 어이가 없다"거나 "일관성 없는 정책에 한숨만 나온다"는 등 부정적인 의견들을 내놨다.


장모씨는 "저가담배 얘기 자체가 나오지 말았어야 한다. 국민건강을 위해 담뱃값을 인상하고 금연구역을 확대한 것인데 이제 와서 저가담배를 판매하겠다는 것은 국민건강을 오히려 해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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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에 흡연 경고그림을 넣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등 금연정책에 가속도를 내고 있는 복지부측도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담뱃갑에 흡연 경고그림을 의무화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24일 열리는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소위에서 논의될 예정"이라며 "저가담배 논란이 다른 금연 정책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관계자도 "담뱃값을 인상해서 흡연자의 건강을 보호하겠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포퓰리즘적으로 저가담배를 도입하겠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정부와 정치권의 정책 기조가 서로 맞지 않아 담뱃갑 경고그림 의무화 등 정부가 추진 중인 금연 정책이 국회에서 발목 잡히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여론이 좋지 않은 쪽으로 흐르자 정치권은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저가담배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들이 많아지자 "검토 차원에서 나온 이야기이고 당장 추진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자신이 제안한 저가 담배 도입 검토가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한 것에 대해 "여론 추이도 봐야 하고 가능한 방법이 있는지 검토도 해야 한다"며 서둘러 사태 진화에 나섰다. 유 원내대표는 내부적으로 검토한 아이디어가 곧바로 추진되는 것처럼 비치자 내심 불만스런 모습이다.

하지만 정부의 담뱃값 인상에 불만을 가졌던 흡연자들은 설익은 저가 담배 도입론까지 제기되자 좀처럼 울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다.


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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