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슬 퍼렇던 ‘대선자금’ 수사 당시, 대통령 핵심 측근들을 줄줄이 소환하며 국민에게 각광받던 검찰이었다. 그러나 이후 ‘삼성 에버랜드 편법 증여’ ‘두산그룹 비자금 사건’ 등 재벌수사에 있어서는 삼성 구조본 법무실이 ‘검찰 지휘부’아니냐며 “봐주기식 수사로 재벌에 고개 숙였다”고 시민단체들이 맹비난하고 있다.
또한 ‘X-파일’ ‘법조 브로커 윤상림’ 사건 등에서는 자기 조직은 철저히 보호한 채 남의 흠결만 언론에 흘리는 이기적 수사 행태를 보임으로 인해 노무현 대통령조차도 “검찰은 남의 계좌는 다 들여다보지만 자기 계좌는 안 보여주는 유일한 조직”으로 ‘견제받지 않는 권력기관’이라는 우려를 우회적으로 지적하는 지경까지 됐다.
오는 2007년 예정된 법률시장 개방을 앞두고 참여정부는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2007년 3월 시행을 목표로 사법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법원과 관련된 개혁 과제들이 별 무리 없이 추진되고 있는 반면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제어할 수 있는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공수처법)가 물 건너간 형국이고, 검찰 개혁의 출발점이 될 ‘공판중심주의제’ 도입도 법원ㆍ검찰간의 이견으로 표류하고 있다. 이는 ‘조서의 증거 능력’ 문제를 순수한 제도 개선 차원이 아닌 검ㆍ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 설립, 법무부의 감찰권 행사 등과 맞물려 ‘검찰 힘 빼기’라며 검찰의 강력한 반발과 저항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밀실 조서가 증거로 채택돼 인권이 유린될 수 있는 폐단을 없애고 검사와 변호사가 대등한 입장에서 공개된 법정 공방을 통해 피고인의 유ㆍ무죄를 가리자는 것이 ‘공판중심제’ 도입의 취지다.
정상명 검찰총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검찰 조서의 증거 능력을 제한하는 “공판중심주의를 강조하는 시대정신”을 말하며 제도 도입의 당위성을 언급한 바 있듯이 공판중심제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명제이다. 또한 천정배 법무부 장관도 평소 주장해왔던 대로 ‘검찰권 남용에 대한 민주적 감시ㆍ통제’ 등 ‘법무ㆍ검찰 개혁을 위한 5대 기본방향’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 검찰의 중립과 독립을 위한 10대 과제의 실천에 헌신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은 개혁 과제의 실천 여부를 국민들이 주목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 사법 개혁과 검찰 개혁에 대한 소명감을 갖고 관련 조치들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
사법 개혁과 검찰 개혁은 시대적 사명이며 민주주의 완성을 위한 과제이기에 일제 강점기와 군사독재 시절 민중을 탄압하고 권력과 자본의 시녀 역할을 자임했던 사법부는 이제 부끄러운 사법 역사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하고 과거를 청산하라는 것이 국민들의 요구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