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간의 자유로운 상품 교역을 허용하는 지역무역협정(RTA)은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되고 발효 중인 것만 따져도 지난해 말 현재 220건에 달한다. 이는 WTO 가입국보다 많은 수치다. 최근 6년간 신규로 체결된 지역무역협정이 이전 40년간 체결된 102건보다 훨씬 많다.
왜 이처럼 전세계적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을까. FTA는 협정당사국간의 효율적인 자원 배분과 국민소득의 증가, 산업 발전 등을 가져오는 윈윈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누가 이익을 더 보거나 덜 보는 그런 협정이 아니다. 우리가 더 이익을 보겠다고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해서는 협상이 타결되기 어렵다.
한미 FTA 협상도 한미 양국이 서로 필요하고 이익이 되기 때문에 시작했다. 물론 양국의 산업경쟁력 수준의 차이로 인해 일부 산업 분야에서는 다소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이는 정부가 필요한 보완대책을 강구함으로써 해결해나갈 수 있다. 예를 들면 무역조정지원법 등이 그러한 대책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대부분의 제조업은 한미 FTA를 통해 혜택을 볼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한미 FTA의 체결로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7.8% 증대되고 대미 수출도 12%(54억달러)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국민 후생 수준도 7% 정도 향상되고 일자리도 55만개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인 대다수의 근로자들이 가장 혜택을 볼 것이라는 얘기다.
또한 한미 FTA는 중장기적으로 산업의 체질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특히 우리 자동차산업은 생산량의 70%인 280만대를 수출하고 있으며 이중 30%를 미국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한미 FTA야말로 우리 자동차산업이 살 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 우리는 1,700만대 규모의 세계 최대 미국시장을 보다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통상관계 개선으로 통상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이미지가 제고돼 직ㆍ간접적인 수출 증대 효과까지 가져올 수 있다. 이러한 긍정적인 측면을 감안하면 한미 FTA는 자동차산업에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적어도 자동차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한미 FTA를 반대해서는 안될 것이다. 자동차 업계 노조가 한미 FTA를 반대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소비자인 근로자, 기업 모두에 이익이 되며 나아가 산업 전체 발전에 도움이 되는 한미 FTA를 왜 반대하는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것도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반대운동에 앞장서고 있으니 이를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자동차산업을 둘러싼 국내외 환경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 자동차 업계는 현재 사면초가(四面楚歌)에 직면해 있다. 내수가 부진한데다 환율이 떨어져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유가 상승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생산 코스트가 급증해 국제경쟁력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연구개발(R&D) 투자도 경쟁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미래형 환경친화적인 자동차의 개발이 늦어지는 등 앞서가는 일본을 따라잡기에는 숨이 턱에 찰 지경이다. 이러다가 자동차산업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이렇게 자동차산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험난하고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무한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우리 자동차 업체에 한미 FTA는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물론이고 모든 근로자들이 혼연일체가 돼 산업을 지키고 일자리를 지켜나가겠다는 의지의 결집이 필요한 때다.
세계 각국은 앞다퉈 FTA라는 짝짓기를 하고 있다. 우리만 우물 안 개구리가 되거나 국제적인 왕따로 전락해서는 절대 안된다. 국제무역 환경의 변화에 따라 기민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첨예한 경쟁에서 낙오자가 되지 않으려면 적극적으로 FTA를 추진해야 한다. 올해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미국ㆍ캐나다ㆍ인도에 이어 추가로 유럽연합(EU)ㆍ중국ㆍ호주 등과도 FTA를 추진할 계획이다. 부존자원이 부족하고 무역으로 국가 경제를 지탱해나가는 우리로서는 앞으로 우리의 먹을거리를 어디서 찾을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