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1월 23일] 중용(中庸)의 지혜

국제 금융시장을 주도하던 미국의 5대 투자은행(IB) 가운데 세곳이 지난 1년 사이에 간판을 내렸고 나머지 두곳도 다른 상업은행(CB)에 피인수되는 등 IB가 사라져가고 있다. 글로벌 IB를 육성해 금융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갖고 자본시장통합법을 준비해왔던 우리로서는 무척이나 당황스러운 일이다. 미국 IB가 몰락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주택담보대출(모기지)에서 파생된 금융상품과 각종 신용 파생상품에 포함된 리스크를 과소평가하고 금융시장이 악화되는 과정에서 적시에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만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의 충격이 컸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보다 100여년 이상 앞선 선진 금융노하우와 리스크관리 기법을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IB들이 어떻게 이렇게 맥없이 무너져내렸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도대체 무엇이 그들의 리스크관리 기능을 마비시켰을까 새삼 궁금해진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5대 투자은행이 지난 5년 동안 경영진에게 지급한 보수는 31억달러에 달했으며 서브프라임 사태가 불거진 2007년에도 이들은 직원들에게 평균 35만달러씩 모두 660억달러를 지급했다고 한다. 회사는 엄청난 손실 때문에 도산하는 상황에서 직원들에게는 어마어마한 성과급을 지급했다는 것은 그들 회사 내부의 시스템이 어찌 됐든 간에 외부 사람들이 보는 시각으로는 엄청난 모럴 해저드인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미국의 IB가 리스크관리에 실패하게 된 원인을 대략 추론할 수 있다. IB는 서브프라임으로 많은 돈을 벌고 직원들은 천문학적인 성과급을 받으면서 축제 분위기에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도 그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심지어 경보를 울려야 할 리스크관리 부서마저도 성과급이라는 단술에 취해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처럼 무슨 일이든지 도가 지나치면 해가 될 수가 있다. 따라서 누군가 허용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지 않도록 적시에 신호를 보내주고 일단 한도를 넘어서게 되면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것이 리스크관리의 기본이다. 자통법 시행에 따라 파생상품과 결합한 다양한 상품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증권업계로서는 앞으로 리스크관리를 통한 중용(中庸)의 지혜가 더욱 절실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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