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CEO/평화은행 김경우행장] 그는 누구인가

김경우 행장은 지난주초 예정에 없이 병원에 입원, 4일 동안 정밀 건강진단을 받았다. 무리한 업무로 피로가 누적된 상황에서 최근 정부출자와 유상증자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자 긴장이 풀어지면서 몸에 무리가 온 것.그는 김수영 시인의 「풀」이라는 시를 즐겨 암송한다. 재무부 생활을 포함해 금융권에 몸을 담은 지 30여년 동안 자주 인용한다. 모진 풍파에 시달려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먼저 웃는 풀잎같은 끈기와 같이 눕고 같이 우는 합심의 경지를 열어가자는 「풀잎론」이 그의 인생철학이다. 얼마전 우리나라를 찾았던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사토 총재는 金행장을 일컬어 『누구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이라며 극구 칭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토 총재의 말처럼 김경우 행장은 항상 주위를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이다. 특히 술잔을 대작하며 흥이 오르면 걸죽한 입담과 청아한 시구절을 적시에 구사하며 시간가는 줄 모르게 하는 장기를 갖고 있다. 공산(空山)의 달 아래 적막한 산사(山寺)에서 막걸리 비우기를 좋아해서인지 시심 또한 매우 깊다는게 주위의 전언. 수많은 한시를 즐겨 암송하며 우리나라 문학에도 조예가 깊고 고사(古史)에도 밝다. 우리 고유의 민속주인 막걸리와 동동주를 무척 즐겨 누구나 술좌석을 함께하길 원하는 호방한 스타일. 다만 담배는 피우지 않는다. 노래 레퍼토리도 다양해 「내사랑 울보」, 「황제를 위하여」부터 최신 유행곡에 이르기까지 신세대가 깜짝 놀랄 정도로 기발한 측면을 보이곤 한다. 매일 엘리베이터 대신 집무실인 9층까지 계단으로 걸어서 출근하는 소탈한 인간성. 아랫사람을 두루 살피며 베푸는 삶을 몸소 실천하는 「큰 형님」스타일이다. 재무부에서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친 「모피아」지만, 관료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는게 직원들의 평가. 농업은행 중역 출신으로 다선 국회의원을 지낸 부친을 모시고 부인 이연희씨와 사이에 최근 결혼한 무남독녀 딸을 두고 있다.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은 임어당의 「소동파 평전」. 『호방한 시인의 멋과 목민관으로서의 백성에 대한 따뜻한 인정, 옳은 일을 끝까지 추구하는 의지 등을 느낄 수 있어 첫 손가락으로 꼽고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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