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는 4반세기 동안 국내 가스산업을 주도해왔고 그 역량을 해외 자원개발에 쏟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이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가스요금을 진즉 올렸어야 했지만 조직 슬림화를 통해 인상 압력을 억누르며 버티고 있다. 정부 공기업 선진화 정책의 모범생이라 할 수 있는 셈이다. 가스공사는 올해 삼척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기지 신규 건설, 가스 공급 지역 확대 등에 나서며 지난해보다 두배 가까이 증가한 1조2,434억원을 투자한다. 민간기업의 투자가 두자릿수 이상 감소하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일 만큼 선도적이다. 실제 투자실적이 이를 반증한다. 올 총투자비 중 지난 4월까지 실제 집행한 돈은 4,837억원으로 계획을 135% 초과 달성했다. 가스공사는 도시가스 미공급 지역의 주배관 건설과 관련, 설계와 시공을 병행하는 패스트트랙 기법을 도입해 17개 사업장에서 일괄계약을 이뤄냈으며 기존 20~30%선이던 선급금 지급 비율을 70%까지 끌어올려 자금난으로 고통 받는 중소기업들의 짐을 덜어줬다. 때문일까. 거래 중소기업들은 가스공사에 대해 ‘최고의 갑’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지식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가스공사가 올해 추진하는 주배관망 건설만으로 4,100여명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국제유가가 급등, 우려를 자아내고 있지만 가스공사는 산유국과 지속적인 관계개선을 통해 이미 대형 가스전 개발 및 탐사사업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 국내 연간 가스 사용량(2,700만톤)의 3.5배에 달하는 우즈베키스탄 수르길 가스전 개발은 가스공사가 3년 이상 공들여 내년부터 본격적인 결실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호남석유화학 등 민간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르길 가스전 인근에 석유화학공장을 건설, 생산된 가스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한편 우즈베키스탄 정부 및 국영석유가스공사와 윈윈 모델을 구축할 예정이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우준쿠이 광구 개발권도 확보해 탐사ㆍ시추를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도 가스공사가 10%의 지분을 보유한 미얀마 가스전이 생산을 목전에 두고 있으며 호주와 동티모르ㆍ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신규 유ㆍ가스전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남북관계가 경색돼 빛이 바랜 면이 있지만 북한을 경유해 러시아산 가스를 도입한다는 가스공사의 야심찬 계획은 러시아 측이 적극적 관심을 표하고 있어 언제든 한반도 안보와 에너지 수급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일이 밀려들고 있지만 가스공사는 기존 7개 본부를 4개로 축소하고 300여명에 이르는 정원을 감축했다. 임원 보수를 줄이고 2급 이상 간부들이 임금을 자진 반납해 이를 재원으로 청년 인턴 채용폭을 확대했으며 수도권 지역 사택과 출자 회사들의 지분도 정리했다. 무엇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스요금을 동결하면서 쌓인 5조원에 이르는 미수금을 가스공사는 묵묵히 감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