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하늘이 높아지고 귀뚜라미 울음 소리가 제법 그럴 싸하게 들리기 시작한다. 한여름 무더위에 나태해진 마음을 가다듬으면서 찬 겨울을 준비해야 하는 때다. 기업과 조직도 마찬가지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느슨해진 고삐를 새롭게 잡아 쥐면서, 조직의 목표 달성과 성과 향상을 위한 그간의 경영 전략을 점검하고 새로운 전략 수립의 의지를 보여야 하는 것이 기업과 조직의 생사를 책임져야 하는 최고경영자(CEO)와 중견 팀장들의 바른 자세일 듯 싶다. 이런 CEO나 팀장들의 관심을 끌만한 책이 나왔다. 존 휘트모어의 '성과 향상을 위한 코칭 리더십'이 그것이다. 책은 종래 경영학에서 전통적으로 제시해왔던 성과 향상을 위한 조직이론에서 과감히 탈피, 건강하고 생산적인 대화문화의 형성이 기업과 조직의 성과 향상에 효율적으로 기여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이른바 대화를 통한 조직관리 기법을 주장하고 있는 셈으로 저자는 이를 '코칭'이라고 부르고 있다. 코칭이라는 말은 원래 스포츠 훈련 분야에서 고유하게 쓰이던 용어로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국의 기업들에 의해서 경영의 한 원리를 지칭하는 말로 차용됐다. 이 시기는 기업과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즉, 조직 구성원들의 생각ㆍ느낌ㆍ의지라는 인식이 고조되던 때와 일치한다. 즉 기업경영 원리가 조직이론 중심에서 인적자원 중심으로 전환되던 시기에 코칭이 클로즈업되기 시작한 것이다. 오늘날 코칭은 '구성원들이 조직의 목표를 위해서 스스로 최선을 다해 헌신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도록 도와주는 대화기술 및 그 과정'으로 정의된다. 코칭은 지난 20여 년 동안 여러 이론가와 실천가들에 의해서 세련되고 정교화 되어 새로운 경영전략의 하나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세계 유수한 기업들이 앞 다투어 코칭을 경영전략과 CEO의 리더십 원리로 채택하고 있으며, 그 성과에 스스로도 놀라고 있다. GE, 골드만삭스, 휴렛패커드(HP), IBM, 닛산 자동차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나라에도 2000년에 접어들면서 코칭의 바람이 거세게 불어, 자격증을 이수한 전문코치가 다수 배출, 2003년엔 한국코치협회가 결성되기에 이른다. 코칭 열풍의 주역이 바로 책의 저자 휘트모어다. 코칭은 이론적으로 여러 갈래로 나눠져있는데 저자의 GROW(GoalㆍRealityㆍOptionsㆍWill) 이론은 가장 채택이 많이 되는 코칭기법이다. 책은 GROW 모델에 입각한 코칭의 철학과 이론 그리고 기법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 제시된 휘트모어의 GROW모델은 여타의 다른 모델과 어떻게 비교될 수 있을까? 중요한 특징은 모델이 갖는 개념과 과정의 단순 명료성이다. 목표설정(G)-현실파악(R)-대안수립(O)-실행(W) 이라는 4단계과정에 질문ㆍ경청ㆍ답변ㆍ관심ㆍ성찰ㆍ실행의지 등 코치와 코칭을 받는 사람 사이에서 복잡한 상호작용 요소를 잘 배치시켜 놓은 점이 그 특징이다. 모델 속에서 코치는 자신이 지금 진행하는 코치의 국면을 보다 용이하게 파악할 수 있고, 속도와 페이스 조절이 가능하다. 또 코칭을 받는 이의 잠재능력을 발견하게끔 유도하고 발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도 다른 모델과 구분되는 특징이다. 저자의 코칭이론은 경영이론과 교육이론의 접점에서 코칭을 설명하고 있다. 특히 그는 교육학자들의 이론을 많이 언급하는 데, 다중지능 이론으로 잠재능력을 개념화한 H. 가드너의 입장과도 유사하다. 가드너의 잠재능력이론 관점에서 보면 저자의 코칭이론은 이렇게 정리된다. "기업과 조직이 목표를 달성하고 성과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잠재능력을 발견하고 개발ㆍ발휘하도록 이끄는 경영전략과 CEO 리더십이 필요한데, 그 구체적인 도구와 기술이 바로 코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