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고용구조 악화 이은 서민경제 파탄 뇌관으로 떠올라

[자영업자 출구가 없다] 자영업 몰락 실태<br>구조조정 과정 실직자들 창업 몰리며 공급과잉<br>서비스업등 진입장벽 높아 좁은 시장서 경쟁 치열

일자리 부족은 실업자들을 대거 자영업으로 뛰어들게 하고 이는 경쟁 과열에 따른 자영업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항상 손님들로 붐비던 서울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인 영등포시장이 한산한 모습이다. /서울경제 DB



지난해 말 국내 자영업자는 551만4,000명으로 통계조사가 시작된 지난 1999년 이래 가장 적었다. 지난해 한 해에만 26만5,000명이 감소해 일용직(19만1,000명)보다 더 많이 줄었다. 17일 발표된 2월 고용 동향에서도 전체 자영업자는 548만9,000명으로 나타나 1월(547만5,000명)에 이어 연속 550만명 밑으로 내려섰다.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게 일반적 평가지만 문을 닫는 자영업자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자영업이 쇠락의 길로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은 이런 이유에서다.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면서 이들과 함께 일하는 가족들, 즉 무급가족종사자의 상황도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2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무급가족종사자는 109만7,000명으로 전달(109만4,000명)에 이어 역대 두번째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전과 비교해도 24% 이상 줄어든 수치다. 고용 악화에 이어 자영업 붕괴가 서민경제를 수렁으로 몰아가고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자영업자 붕괴는 고용구조 악화와 함께 향후 서민경제 파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로 정부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면서 "정부가 이들을 흡수할 수 있도록 서비스업 선진화를 추진하는 것은 물론 전업을 위한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급 과잉 자영업 '몰락' 불러와=자영업의 붕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급 과잉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 여파로 생계를 위해 창업전선에 뛰어든 실업자들이 늘어나면서 자영업시장이 공급 과잉에 이른 지 오래다. 따라서 제한된 소비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08년 기준으로 인구 대비 음식점ㆍ숙박업체 소매업체 수가 미국의 4.5배에 달한다. 자영업 종사자 비율도 33.5%(전체 취업자 대비 비중)에 달해 미국(7.4%)과 일본(10.2%), 독일(11.2%) 등 선진국의 3~4배에 달한다. 시장 규모에 비해 업체와 종사자가 지나치게 많다 보니 과다경쟁과 만성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영세자영업은 경쟁이 심하고 수익성은 떨어지는 분야로 사실상 레드오션으로 봐야 한다"면서 "크기가 작은 시장에 너무 많은 경쟁자가 몰려든 공급 과잉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영업 과잉, 경제구조적 문제=우리나라는 저부가가치ㆍ저성장 분야인 자영업에 몰릴 수밖에 없는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1970~1980년대의 고도성장기에는 경제가 성장하면서 고용도 크게 늘었지만 이후 우리 경제가 성숙단계에 들어서면서는 기업의 성장이 고용 증가와 일치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동화와 생산성 향상은 고용의 감소 또는 정체를 불러온다. 그 결과 산업현장에서 이탈한 인력들이 자연스럽게 자영업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에 1997년 외환위기와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등 두 차례 경제위기로 기업들이 자구노력과 생산성 향상에 주력, 고용은 더욱 감소했다. 그 결과 실직한 근로자들이 소자본 창업에 나서면서 자영업의 공급 과잉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한 것이다. 여기에 사회적으로 고부가가치 분야인 의료ㆍ법률 등의 서비스산업은 진입장벽이 너무 높아 다수의 자영업자가 수익이 낮은 영역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한국의 서비스업시장장벽지수(높을수록 장벽이 높다는 의미)는 1.36으로 미국(1.06), 캐나다(1.07), 일본(1.11) 등보다 훨씬 높다.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기업형 일자리가 감소하고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은 진입하기 힘든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자칫 자영업 대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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