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박흥진의 할리우드통신] 이란 심기 건드린 줄리엣 비노쉬

이란 문화성은 지난달 폐막한 제63회 칸영화제에서 줄리엣 비노쉬에게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안긴 이란 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영화 '증명서'(Certified Copy)의 이란 내 상영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란 당국이 밝힌 상영 금지 이유는 비노쉬의 영화 속 옷차림 때문. 자바드 샤마크다리 이란 문화성 장관은 "줄리엣 비노쉬가 옷을 좀 잘 입었더라면 영화가 상영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증명서'가 나쁜 영화는 아니지만 이란 관객들에게 어필할지는 지극히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한 작은 마을이 무대인 '증명서'는 영국인 작가와 프랑스 여인간의 만남을 그린 코미디 드라마로 비노쉬의 다채롭고 매력적인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기자는 이 영화를 칸에서 봤는데 비노쉬의 옷차림새는 우아하면서도 수수할 정도로 평범했다. 이 영화가 이란에서 상영 금지 조치를 받은 진짜 이유는 비노쉬가 수상 소감을 발표할 때 당시 이란 옥 중에 구금 중이던 이란 영화 감독 자파르 파나히(49)의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들고 나와 TV를 통해 전세계로 방영됐기 때문이다. 파나히는 이란 영화계의 선구자 중 하나로 칸 영화제 황금 카메라 수상작인 그의 데뷔영화 '하얀 풍선'을 비롯해 '서클', '진홍 황금', '오프사이드' 등의 작품으로 이란 사회를 비판해왔다. 그는 현 이란 대통령 마무드 아마디네자드의 정적인 미르 호세인 무사비의 지지자이기도 하다. 파나히는 지난 해 6월 열린 이란 총선에서 아마디네자드의 당선이 부정선거에 의한 것이라며 당선 취소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대규모 시위 과정을 영화로 만들려고 하다 체포됐다. 파나히는 당초 이번 칸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초청됐지만 참석하지 못 했는데 영화제에 참석한 국제 영화인들은 파나히를 석방하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었다. 이런 항의와 비노쉬의 극적인 제스처가 이란 당국의 비위를 건드려 영화 상영 금지 조치가 내려지게 된 것이다. 파나히 석방을 요구하는 국제적 압력에 이란 당국은 칸 영화제 폐막 직후인 지난달 25일 파나히에게 보석금 20만 달러를 내게 한 뒤 석방했다. 그는 국가보안을 위험하게 한 혐의로 혁명재판소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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