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신용부문에서 판매하는 공제상품에 ‘보험’ 명칭을 사용하고 있지만 정부기관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소비자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농협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분쟁조정위원회는 중립성이 확보되지 않아 소비자 보호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농협 공제 상품의 분쟁이 발생할 경우 농협이 자체적으로 설치한 ‘공재분쟁심의위원회’에서 조정을 하고 있지만 이 위원회가 농협 내부 조직의 관할로 돼 있어 중립성을 확보하지 못해 형평성에 대한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보험회사가 판매한 보험상품에 대해 보험금 지급 등과 관련한 민원이 발생할 경우 1차로 보험사 자체의 소비자 보호조직에서 합의가 안되면 금융감독원이 설치한 ‘보험분쟁심의위원회’를 통해 조정이 이뤄진다. 농협 공제상품이 불완전 판매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도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보험사의 경우 금감원이 협회에 위임해 설계사 자격시험부터 교육까지 이뤄지고 있지만 농협은 이 절차가 자체적으로 이뤄져 ‘자격시험’이 아닌 사실상 ‘채용절차’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최근처럼 농협이 설계사 조직을 확장하는 시점에는 일부 자질이 부족한 설계사도 임용될 수 있는 등 각종 폐단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처럼 소비자 보호에 문제가 있음에도 농협이 현행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관할 기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보험업법에 따라 금융감독원의 엄격한 관리를 받지만 농협은 특별법에 따라 농업정책을 전문으로 하는 농림부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다. 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금융산업은 겸업에 대해 엄격한 규제를 하고 있어 은행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의 경우에도 협회의 교육을 받고 자격을 획득한 보험판매인을 점포당 2명만 배치, 보험판매가 가능하지만 농협은 전직원이 부수업무로 보험상품을 취급하고 있다”면서 “이는 명백한 보험판매”라고 말했다. 대법원이 농협 공제상품을 보험상품이 아니라고 판결했지만 농협의 이 같은 판매행위는 보험판매와 유사하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농협이 소비자보호 창구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일단 민원발생 부문에 대해서라도 금융감독당국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농협 신용부문이 지주회사 형태로 전환해 차제에 공제부문을 보험 자회사로 독립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보험업계의 고위 관계자는 “농협이 신용부문을 금융지주회사 형태로 전환하는 로드맵을 제시한다면 보험업계가 농협을 특별회원으로 받아들이는 방안을 등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농협의 보험자산은 지난 2006년 기준으로 19조5,958억원에 달해 민간보험사의 자산 239조원의 8%가 넘는 수준에 달하고 있을 정도로 막대한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