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적대적 M&A 방어책 불필요"

재경부 조원동 차관보, KDI 국제회의서 재확인<br>학계선 "주주가치 위해 적대적 M&A 활성화를"


재정경제부가 포이즌 필(poison pill) 등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에 대한 방어책을 마련할 뜻이 없음을 다시 한번 명확히 했다. 9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서울 홍릉 연구원에서 개최한 ‘기업경영권 시장-각국의 경험과 한국의 과제’ 국제회의에서 조원동 재경부 차관보는 축사를 통해 “적대적 M&A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측면이 있어 적대적 M&A를 통한 견제와 기존 경영진의 방어수단 간에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 차관보는 이어 “(국내 기업에 대한) 적대적 M&A 이슈가 매번 불거질 때마다 관심의 초점이 주주가치 증대에 맞춰지기보다는 오히려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장치의 필요성에만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적대적 M&A 방지 대책의 일환으로 재계와 감독당국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포이즌 필(독소조항) 등 방어책의 도입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그는 정부의 금산분리원칙에 대해서도 “산업자본의 은행지배가 가져오는 이해상충 등으로 아직까지 금산분리원칙은 유지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조 차관보의 발언은 지난달 24일 권오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하계포럼에 참석, “경제의 개방ㆍ국제화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M&A 규제가 바람직하지 않다”며 “특히 최근 일본 기업들이 포이즌 필 등을 도입한다고 하는데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힌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날 국제회의에서는 또 적대적 M&A를 활성화해 주주가치를 안정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주제발표자로 나선 스티븐 최 뉴욕대 교수는 ‘한국의 기업인수 법령 발전방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한국식 대기업집단 구조 특유의 피라미드식 소유구조가 적대적 M&A를 저지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장기 지속적인 기업가치 하락, 사익추구 등으로부터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적대적 M&A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주 입장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강화, 집단소송 활성화 등을 통해 단기적 사건을 통한 기업가치 하락에 대응할 수 있지만 지속적인 기업가치 하락이나 사익추구 행위에 대해서는 적대적 M&A가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 된다”며 “따라서 적대적 M&A 활성화를 위해 소수주주들의 보호를 위한 ‘역 태그어롱(tag-along)’ 제도 도입 등을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역 태그어롱 제도란 현 지배주주가 기업경영권 방어에 성공할 경우 원하는 주주들에게 인수 시도자가 제시했던 가격에 주식을 의무 매입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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