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채무불이행 급증·신뢰하락등 겹쳐기업 채무 불이행이 급증하고 채권 가격도 하락하는 등 세계 회사채 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처럼 증시에 이어 회사채 시장도 침체됨에 따라 기업의 자금조달 사정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30일 보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주까지 세계 주요 채권시장에서의 기업 채무 불이행 규모는 1,400억 달러로 지난해 전체의 1,35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에 더해 잇따른 기업 신용등급 하향조정, 증시의 지속적 침체, 경제회복 전망 불투명 등으로 회사채 가격은 하락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실제 지난 주 미 주요 정크본드의 가격 지수인 메릴린치 하이일드 마스터2 지수는 91년 1월 이래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유로권 회사채의 가격도 8월 회복세에서 다시 반전, 국채와의 수익률 차이는 1.4%로 벌어졌다.
▶ 기업 자금조달 난관
증시 침체에 이은 회사채 시장 침체로 기업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수익성 악화로 내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이 많은 터라 '엎친 데 덮친 겪'인 셈.
회사채 시장 악화로 회사채 신규 발행액도 크게 감소, 3ㆍ4분기 신규 발행액은 2,550억 달러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5%나 감소한 것.
특히 1ㆍ4분기와 2ㆍ4분기의 신규 발행액을 더하더라도 올들어 지난 3ㆍ4분기까지의 회사채 신규 발행액은 전년 동기보다 1,000억 달러 적은 1조1,903억 달러에 그친다.
▶ 투자자 신뢰 감소가 더 문제
이처럼 회사채 시장이 얼어 붙고 있는 것은 채무 불이행 증가와 신용등급 하락으로 투자자들의 채권 선택이 까다로워졌기 때문이지만 본질적으로는 기업에 대한 신뢰 붕괴가 가장 큰 요인인 것으로 FT는 분석했다.
에너지 기업 엔론, 통신업체 월드컴과 마르코니, 스위스에어 등 신용등급이 투자적격으로 분류되던 기업들 조차 잇달아 채무 불이행 상태로 빠져 들어 투자자 신뢰가 크게 타격을 받았다는 것.
채무 불이행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신용등급이 투자 부적격 등급인 '정크' 수준으로 추락하는 기업도 늘고 있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확대시키고 있다. 올 들어 광 네트워크 업체인 타이코 인터내셔널, 통신업체인 퀘스트, 패션의류 업체인 갭, 타이어 업체인 굿이어, 미디어 그룹 비방디 등의 채권이 정크본드로 추락했다.
김대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