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줄기세포 논란을 지켜보며

“이래저래 한국에선 기업하기 그리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도대체 기업들을 하루라도 가만 놔두지 않으니….”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나라 전체를 뒤흔들고 있는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파문을 거론하며 이렇게 아쉬움을 토로했다. 요즘 줄기세포 진위논란이 엉뚱하게도 기업으로 불똥이 튀면서 속앓이를 하는 사례가 적지않다. 네티즌들은 기업들에 방송광고를 중단하라고 압력을 넣는가 하면 대통령까지 이에 맞서 광고취소는 너무 심하다고 친절하게 충고하고 나서는 바람에 기업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인터넷에는 실제로 특정 기업들의 명단과 전화번호를 적은 블랙리스트가 나돌고 있으며 해당기업에 대해 광고를 당장 집어치우지 않으면 불매운동까지 벌이겠다고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외적인 이미지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기업 입장에서는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해당 업체 관계자들은 “하루에도 수십여통씩 사무실로 전화가 걸려오는 통에 정상적인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사실 기업들은 그동안 황 교수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로 활동해왔다. 일찍부터 후원회를 결성해 연구비를 모아주고 항공편까지 무료로 제공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단지 황 교수의 연구가 한국의 생명공학 산업을 세계 일류국가의 대열에 올려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회 한편에서는 기업들의 이 같은 활동을 폄훼하고 부정하는 시각도 적지않았던 게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그동안 ‘황우석 숭배’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학계와 재계, 언론이 똘똘 뭉쳐 헛된 신화를 창조해냈다고 비난해왔다. 기업들이 오직 돈에 눈이 멀어 순수연구를 왜곡하고 있다는 논리까지 동원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진위논란이 진정되긴 했지만 이번 사태에서도 우리 사회 밑바탕에 깔려 있는 ‘일등 끌어내리기’나 반기업 정서가 어김없이 기승을 부렸다는 점은 모두를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이번 사태는 결국 사회에서 발생하는 모든 현상에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거나 기업이 개입하면 무조건 나쁜 것이라는 편협된 시각을 버려야 한다는 소중한 교훈을 우리에게 남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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