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교용 우정사업본부장

이교용 우정사업본부장"우체국, 금융·물류·정보중심지 만들것" /대담=朴遠培 정보통신부장 「우체국」. 이제 이름을 바꿔야할 때가 된 것 같다. 우체국은 더이상 우편업무만 다루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우편업무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 금융기관」이며, 정보화의 거점인데다 물류기지로 거듭나고 있다. 우체국의 거듭남을 주도하는 곳이 우정사업본부다. 정부의 제2차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지난 7월1일 출범, 50여일이 지났다. 우정사업본부는 전국 요지에 자리한 3,600여개의 우체국, 4만여명의 인력, 3조6,000억원에 이르는 예산 등 거대조직이다. 조직만 커진게 아니라 책임경영 체제로 변신해야 하는 책임도 안게됐다. 우리나라에 근대 우편제도가 도입된 이래 최대의 변화를 맞은 우정사업본부. 공경경쟁을 통해 본부체제의 첫 사령탑을 맡은 이교용(李敎鎔·47)본부장은 『우체국을 우편·금융·물류와 정보화의 거점으로 육성시켜 재임기간(3년)중 적자 구조를 흑자로 돌리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76년 체신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이래 22년만에 우정사업을 맡으면서 「책임과 권한」의 새로운 시험대에 선 그를 만나보았다. -정부는 우정사업본부를 출범시키면서 책임경영체제를 강조했습니다. 본부장께서 생각하는 책임경영이란 어떤 것입니까. ▲자율성입니다. 그래야 책임경영이 자리를 잡을 수 있어요. 인사권을 비롯해 예산 집행 등 경직된 운영체계를 벗어 던져야 할 것입니다. 우정사업본부는 특별법에 따라 예산, 인사등에 자율성이 보장되고 있어요. 물론 그 뒤에는 책임이 뒤따릅니다. 우정사업본부장은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우정사업경영평가위원회」로부터 매년 경영실적에 대한 평가를 받습니다. 위원회가 판단해 경영에 문제가 있으면 해임도 가능해 본부장으로서는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어요. -취임이후 변화를 가장 강조학, 실천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변화의 방향을 어떻게 잡고 있습니까. ▲우리의 환경은 빛의 속도로 변한다고 합니다. 환경이 변하면 이에 대응해 조직도 바꿔야 합니다. 우정사업본부의 출범은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조직뿐 아니라 구성원들도 변화의 물결에 역행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나 자신부터 이제는 공무원이 아니라 「주식회사 우정사업본부」의 대표이사로는 생각으로 행동하고 있습니다. -㈜우정사업본부의 경영에서 자율과 책임은 어떻게 조화를 이룰 계획인지. ▲사업본부 형태로 전환된 우정사업본부는 임기제의 계약직 공무원으로 채용된 본부장들이 자율경영을 하도록 하고, 실적을 평가해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본부장들은 민간 경영기법을 도입해 우정사업본부의 가치를 높여 국가사업이 아니라 기업형태로 바꾸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갑작스런 변화를 요구하면 조직원들이 불안해 하고, 갈등을 느낄 수도 있다고 봅니다. 특히 그동안 관료조직에 안주해온 구성원들에게 있어 본부장의 주문은 다소 부다으로 작용하지 않을까요. ▲동요하겠지요. 사실 취임과 함께 변화에 대한 구상을 밝히자 직원들이 주저하거나 두려워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또 책임경영과 변화에 대해 거부감과 불안감을 갖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할 수 밖에 없다는데 다들 공감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우편사업이 한계를 맞으면서 새로운 부가가치와 새 영역을 개척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입니다. 다행스럽게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고 있고, 경영합리화와 수익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도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본부장께서 추구하는 경영방향은 어떤 것인지요. ▲우편사업은 민간 택배업체와의 경쟁이 심해지고, 인터넷 등 대체 통신수단의 발달과 고객 욕구의 다양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신 광고우편 등 기업우편물의 비중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금융사업은 금융기관의 대형화, 겸업화, 전자금융의 확대, 외국계 금융기관의 국내시장 진입이 이뤄지면서 경쟁이 치열합니다. 이런 변화에 대응해 지식정보사회를 이끌고, 효율적인 경영을 통해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느 우정기업을 만드는게 목표입니다. 이를위해 민간기업 처럼 전 구성원들이 동참할 수 있는 경영비전을 제시하고 각종 시스템의 고도화와 조직·인력운영의 합리화를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임기안에 추진할 사업계획을 소개해 주십시오. ▲우선 고객만족운동을 강도 높게 펼쳐 고객을 감동시키고 고객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갈 것입니다. 아울러 신규 서비스 개발로 새로워진 국영금융기관으로서의 면모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사업별로 전략상품에 역량을 집중하고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전자금융의 확충, 우편과 금융을 융합한 경쟁력 있는 상품 보급 개발 등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제협력의 강화를 통한 세계화 전략도 적극 추진할 방침입니다. -우정사업본부는 공적 기관이면서도 수익성을 중시하는 독특한 조직입니다. 그렇다면 민간기업과 제휴사업도 추진해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입니다. 우정사업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민간기업과 손을 잡아야 합니다. 현재 개인 우편의 연간 매출액은 20억원에 불과해 한계가 있고, 정보통신산업의 발달로 그 비중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습니다. 세계적 추세가 그렇듯우정사업도 물류사업자로 변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어요. 그동안 우체국에서는 부피가 크고 무거운 제품들은 취급하지 않았으나 민간택배 업체와 제휴를 통해 부피가 크고, 무거운 소포도 접수해 배달하고 있습니다. 금융업도 마찬가지 입니다. 최근 금융기관들이 창구를 줄여 농어촌 지역에서는 갈수록 금융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우체국은 다른 금융기관과 제휴해 우체국 창구에서 은행창구와 똑같은 서비스를 받도록 할 계획입니다. 민간기업과 손잡으면 시장 창출 여지는 무궁무진하다고 봅니다. -민간기업과 손을 잡는다는 것은 곧 우정사업본부가 민간기업과 본격적인 경쟁국면에 돌입했다는 뜻으로 봐야 할텐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달라져야 한다고 보십니까. ▲앞으로 우체국은 「우편·금융서비스 국가기관」에서 「물류·정보의 거점역할을 하는 기업」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그렇게 바꿀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체국에서는 우편·금융·물류망이 연계된 다양한 서비스를 비롯해 다른 정부기관과 연계해 각종 인허가·제증명 발급 등의 업무를 대행할 생각입니다. 또 국내외 금융기관, 민간 택배업체, 항공사, 여행사와 전략적제휴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것입니다. 특히 우체국을 지역주민들의 생활의 장으로 제공하는 정보화기지로 탈바꿈시킬 것입니다. 이런 계획은 올해안에 가시화될 것입니다. 빠른 시간안에 우체국의 변화를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하지 못하면 제 임기안에도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기업의 최고경영자라는 생각으로 추진력을 발휘해 변화의 물결을 우체국에 끌어넣을 것입니다. -우정(郵政)이라는 이름이 시민들에게 썩 와닿지 않습니다. 전문경영인으로서 좀더 참신하고 세련된 이름으로 바꿀 생각은 없습니까. ▲명칭을 바꾸자는 의견이 거론되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좀더 신중하게 접근할 생각입니다. 전통을 강조하는 쪽에서는 우정이 우편과 함께 「프렌드쉽」(友情)이라는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해 정이 간다고 말합니다. 다른 쪽에서는 100년이 넘은 이름을 세련되게 바꿔 변화의 의지를 드러내야 한다고 하지요. 우체국이 우정사업만 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시대에 맞는 새 이름의 필요성은 느끼고 있어요. 계속 논의할 생각입니다. 李본부장은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으로 조직 구성원의 화합과 인화를 가장 중시한다. 모든 일을 합리적으로 처리함으로써 부하들의 신망을 얻어왔다. 그가 공개경쟁에서 다른 세사람을 물리치고 초대 본부장으로 선임된 것은 뛰급변하는 우정사업을 잘 이끌어 갈수 있는 통찰력과 결단력을 갖췄기 때문이라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실제로 李본부장은 인터뷰 내내 자신감을 보였고, 자기만의 우표를 만들어 제공하는 이벤트로 큰 인기를 끈 우편전시회, 변화의 필요성을 이끌어낸 사업장 순방 등을 통해 이런 모습을 보여주었다. 『100년이 넘는 우정사(郵政史)에서 「이교용사장」이 만들어나갈 「㈜우정사업본부」를 지켜보면 우리사회에 흐르는 변화의 흐름을 읽을 수 있을 것인다.』 그를 잘아는 사람의 말이다. /정리=박민수기자 MINSOO@SED.CO.KR 사진=김동호기자 ◆ 李본부장 약력 ▲1953년 서울생(47세) ▲연세대 행정학과 졸 ▲파리 국제행정대학원졸(공기업경영학 석사) ▲천안우체국장, 충청체신청장 ▲정보통신부 국제협력관, 통신지원국장, 정보통신정책실장 ▲우정사업본부 설치추진단장 입력시간 2000/08/20 19:01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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