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발도상국 6~7곳에 거점을 만들어 글로벌 창업을 지원하고 창조경제 확산에 주력할 것입니다. 창조경제는 아이디어를 산업으로 발전시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자는 것으로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는 2월에는 10대 미래성장동력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입니다. 또 창업했다가 쓰러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게 창업안전망을 구축하고 알뜰폰은 유통망과 단말기를 확충해 가입자를 전체의 1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습니다." 최문기(64·사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인터뷰 내내 자신감과 의욕이 넘쳤다. 취임 후 9개월이 지나자 준비된 미래부 초대 장관의 모습이 엿보였다. 거침과 막힘이 없었다. 예정된 시간을 넘겨가며 창조경제에서 일자리 창출, 창업, 벤처, 통신비, 소프트웨어(SW) 등 굵직굵직한 이슈를 하나씩 짚어가며 큰 그림을 그려나갔다. 인터뷰의 화두는 '창조경제'였다. 최 장관도 할 말이 많았다. "초기에 창조경제 기를 꺾으려는 말에는 참 대처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창조경제는 상상이나 아이디어 가지고 만들어가는 세상이어서 '맞다, 틀리다'로 대답하기 어려운 부분인데 자꾸 그런 형태의 답을 원했다"고 답답해 했다.
그러다 방법을 찾았다. 최 장관은 "몸으로 체감하는 게 제일 확실하다 싶었다"며 "창조경제박람회를 열게 됐고 방문한 분들은 '이게 창조경제구나' 하고 체득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올해 창조경제의 가시적 성과들이 하나둘씩 나타나면 '창조경제가 뭐냐'에 대한 논란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창조경제의 궁극적 목표에 대해 "아이디어를 산업으로 발전시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일자리다. 또 "창조경제는 사고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설명했다. 추종자에서 선도자로, 제조에서 창조로, 취업에서 창업으로, 국내에서 해외로 눈길과 발길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앞선 아이디어로 세계를 향해 창업에 도전하는 벤처기업 지원에 관심이 많다. 미래부는 올해도 글로벌 창업 지원에 적극 나선다. 다만 대상지역이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확대된다. 중소기업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 장관은 "글로벌 창업이 많아지는 만큼 창업뿐만 아니라 투자·생산·마케팅 등도 지원해야 한다"며 "지난해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유럽 등 선진국 5곳에 창업지원센터를 뒀는데 올해는 중소기업이 진출하기 좋은 개발도상국 6~7곳에 거점지구를 만들어 창업과 시장 진출을 돕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방송통신기술(ICT) 한류 확산에도 힘쓴다. 우리나라의 선진 브로드밴드 기술력과 관련 서비스가 개발도상국에는 상당히 매력적이라는 판단이다. 최 장관은 "한국이 모바일 브로드밴드 분야의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며 "ICT 서비스와 한류 콘텐츠를 동시에 수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확신했다. 개발도상국에 ICT 인프라를 구축해놓으면 국내 기업이 진출할 때 큰 도움이 된다. 전문가 파견, 정책 컨설팅, 초청연수 등 공적개발원조(DDA) 사업을 통해 필요한 기반을 차근차근 다져나갈 계획이다.
창조경제의 궁극적 목표인 일자리 창출에도 박차를 가한다. 최 장관은 "가장 좋은 복지가 취업복지"라며 "일자리 창출효과가 높은 벤처·중소기업의 창업을 활성화하는 것이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핵심과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창업과 투자의 판로 개척 등 중소·벤처기업의 성장 단계별 지원을 펼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대학 창업 동아리와 중소기업이 전문연구기관의 기술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길도 연다. 최 장관은 "창업 동아리는 대학의 지원만으로 부족한 만큼 대전·광주·대구·부산 등에 있는 전문연구기관과 연계하겠다"며 "중소기업도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신생 벤처에 대한 투자 촉진을 위해서는 '크라우딩펀드 활성화'를 제안했다. 최 장관은 "과거에는 돈 많은 사람이 엔젤투자를 했지만 이제는 십시일반으로 투자하는 '크라우드펀딩'을 이용한다"며 "100만원 이상 투자를 못하게 하는 등 제한을 두고 투자를 확대하면 설사 잘 안 되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중견 벤처기업은 원활한 자금수급을 위해 코넥스시장에서 투자 받을 수 있는 길을 넓혀줄 방침이다.
창업현장의 목소리도 꼼꼼히 챙긴다.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개선과제로 '창업자 연대보증 폐지'와 '스톡옵션 과세'를 꼽았다. 그는 "창업자가 쓰러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게 창업자 연대보증을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국회에 법이 올라가 있는데 통과를 못 시키고 계류돼 있어 안타깝다"고 아쉬워했다. 또 "스톡옵션을 행사할 때 언제 세금을 내야 하느냐도 문제인데 곧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다.
소비자의 관심이 많은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는 투트랙으로 진행된다. 하나는 알뜰폰 가입자 확대, 다른 하나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시행이다. 최 장관은 "알뜰폰은 전체 가입자의 10% 이상, 10~15%가 적정선"이라고 목표를 제시한 후 "현재 226개인 알뜰폰 판매 우체국을 1,000여개 수준으로 확대하고 단말기 공동조달을 활성화해 판매를 늘리겠다"고 자신했다. "판매처와 요금 수준을 종합제공하는 허브 사이트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해를 넘긴 단말기유통법은 '사람 차별 금지법'이라고 콕 집어 말했다. 그는 "일각에선 이 법안을 '보조금 금지법'이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보조금 투명화법'이라고 부른다"며 "보조금은 허용하되 사람 차별은 하지 말자는 것이 요지"라고 정리했다.
법이 시행되면 중저가폰 시장이 활성화돼 소비자의 단말기 선택권이 보다 넓어질 것으로 자신했다. "영세 판매점 보호에도 꼭 필요한 법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별적인 보조금 지급을 금지해야 대형 유통망의 무차별적인 보조금 지급과 경품살포로부터 소형 유통망을 보호할 수 있다는 논리다. 단말기유통법이 시행되면 통신 서비스와 단말기 시장이 자연스럽게 분리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통신 서비스와 단말기 결합판매를 강제로 금지하는 것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며 "대신 보조금 또는 요금할인선택제를 도입해 서비스 단독 가입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각각의 시장이 자연스럽게 분리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소프트웨어(SW) 강국 도약을 위한 발판도 차근차근 다져나간다. 최 장관은 "올해 민관 공동으로 10만명의 SW 인력을 양성하고 현장 중심형 교육을 강화해 질을 높여나가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동시에 온라인과 TV 교육을 통해 누구나 쉽게 SW를 배울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된다.
SW산업 진흥을 위해서는 기업활동 생태계 조성과 정부정책 역량 및 민관 협력 강화에 집중한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 개선과 상용 SW 유지관리 대가 현실화, 글로벌 창업활성화, SW 정책연구소 운영, 민관 SW 정책 협의체 운영 등이 진행된다. 최 장관은 "모니터링을 통해 지속적으로 중소 전문기업의 공공시장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능력 있는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유도해나가겠다"며 "외국계 기업의 수주 증가 등 일부 시장의 우려에 대해서는 국내 중소기업의 수주상황 등을 예의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SW 융합 촉진을 통한 신산업과 신수요 창출을 위한 다양한 방안도 마련된다. 미래부는 각 부처업무에 대한 과학·ICT 전문지원을 진행하는 '창조 비타민 프로젝트'와 신산업 창출 가능성이 큰 융합 분야를 발굴해 연구개발(R&D)과 기술 사업화를 동시에 지원하는 '신산업 창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최 장관은 "기술 위주의 공급정책이 아닌 현장의 수요를 반영한 과제 발굴을 위해 지난해 각 부처별로 수요조사를 했다"며 "비타민 추진협의회 등을 거쳐 2월 말 정도에 최종과제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김동호기자
He is …
△1951년 경북 영덕 △1969년 경북고 △1974년 서울대 공대 응용수학과 △1976년 고려대 산업공학 석사△1978년 KAIST 산업공학 석사 △1989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산업공학 박사 △1978~1999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 △1992~1996년 전북대 전자공학과 겸임교수 △1995~1998년 ETRI 통신시스템연구단장 △1999~2006년 한국정보통신대 IT경영학부 교수 △2006~2009년 ETRI 원장 △2009~2013년 KAIST 경영과학과 교수, 한국통신학회 감사 △2013년 4월~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오프라인 창조경제타운·혁신센터 구축 … 아이디어 교류장 활용
■ 올 최우선 과제는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올해 최우선과제로 '오프라인 창조경제타운'과 '창조경제혁신센터' 구축을 꼽았다. 신년 계획에 대해 묻자 기다렸다는 듯이 창조경제타운 얘기를 쏟아냈다.
최 장관은 "창조경제타운을 온라인으로 하니까 멘토와 전화로 얘기하게 된다"며 "실제 아이디어는 말로만 되는 게 아니라 직접 보면서 손을 맞잡고 얘기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체험형'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께서 오프라인 창조경제타운을 하시겠다고 말씀하셨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일 발표한 신년 구상에서 '온라인 창조경제타운을 오프라인 현장에서 구현하겠다"고 약속했다.
올해 오프라인 창조경제타운을 40곳으로 확대한다. 최 장관은 "지난해 과천과학관과 대전, 그리고 동사무소, 우체국 등 7곳에 무한상상실을 만들어 초중고생이 실습했다"며 "3D 프린터 등 장비도 보강되고 아이디어 발전도 적극 지원할 수 있는 무한상상실을 40곳 정도 더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산업통상자원부·문화체육관광부 등 다른 부처에서 다양한 이름과 형태로 진행 중인 오프라인 체험관도 각자 해나가기로 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도 전국 17개 광역시도에 만든다.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국민이면 누구나 멘토의 도움을 받아 창업할 수 있도록 돕고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도 제공한다.
또 아이디어를 가진 인재를 그 자리에서 바로 창업시켜주는 '창업지원형' 지원책도 준비 중이다. 최 장관은 "출연 연구소와 민간기업, 도시별 거점지역 등 7곳에 창업지원형 시스템을 만들겠다"며 "우선 공공기관에 설립해 발전시키면 통신사업자를 비롯한 민간기업까지 퍼져 회사 숫자만큼 창업지원형 시스템이 늘어날 것"으로 생각했다. 또 "지방자치단체의 최대 고민거리는 창업한 지역의 대학생들이 서울로 떠난다는 점"이라며 "이 시스템을 갖추면 그 지역의 대학생들이 토착화해서 창업할 확률도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창조경제타운은 아이디어 교류의 장으로 확대,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그중 하나가 '문제해결 아이디어 제안 서비스'다. 최 장관은 "기업이나 연구소 등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의뢰하면 일반 국민이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창의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해준다"며 "현재 1개 기업과 2개 연구소가 총 3개의 문제를 내놓고 해결 방안을 모집 중"이라고 소개했다. 일종의 '온국민 컬래버레이션(협업)'으로 문제마다 해결기간과 포상 내용이 제시된다.
민간의 아이디어를 기술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연구소의 기술과 특허도 공유한다.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24개 출연 연구소와 5개 대학이 보유한 우수기술 1,500여건, 국방기술 83건을 민간이 쓸 수 있다. 최 장관은 "국민들과 전문가들이 해당 기술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창조경제타운 멘토에 대한 포상과 홍보도 강화된다. 온라인 멘토링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멘토링 기회도 정기적으로 마련된다. 이를 통해 멘토링의 품질과 효과를 높인다는 목표다.
대담=임석훈 정보산업부장 sh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