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 별세] 50년 신은 가죽슬리퍼 비서가 버리자 '호통'

■ 검소했던 일생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은 그의 자서전 '벌기보다 쓰기가 살기보다 죽기가'라는 책 제목처럼 쓸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철저히 구분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가치관 때문에 일생을 검소하게 살았다.


그가 얼마나 검소했는지 잘 보여주는 일화는 '가죽 슬리퍼'에 관한 얘기다. 그는 1947년 산 슬리퍼를 50년이 넘게 썼다. 1980년대에 이 명예회장의 비서가 이 슬리퍼를 새것으로 바꿨다가 된통 야단을 맞기도 했다. 이 명예회장이 "멀쩡한 것을 왜 버리느냐"고 호통을 치자 혼비백산한 비서는 쓰레기통을 뒤져 간신히 수십 년 묵은 슬리퍼를 다시 찾아왔다는 게 지인들이 전하는 일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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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명예회장은 된장찌개와 칼국수·수제비 등 대표적인 서민음식을 즐겼다. 무더위에도 부채와 선풍기를 고집했으며 국내 주요 그룹의 총수이면서도 국산 중저가 양복 브랜드인 '맨스타'의 트렌치 코트를 10년 넘게 입었다. 출장지에서는 숙박비를 줄이기 위해 수행비서와 같은 방을 쓴 것으로도 유명하다.

코오롱그룹이 국내 공식 딜러를 맡았던 탓에 '롤스로이스'의 국내 1호차의 소유주이기도 했지만 이를 차고에 넣어두고 국산차 '카니발'을 몰고 다녔다.

코오롱 관계자는 "이 명예회장은 그저 무조건 아끼자는 것이 아니라 아낄 때와 쓸 때를 구분해야 한다는 생각이셨다"며 "은혜를 갚는 일이나 신의를 지키는 일에 아껴서는 안 된다고 자주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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