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신제윤도 감탄한 '카하 라보랄'

상호금융 수술 앞두고…<br>철저하게 조합 위주로 경영… 외부 투자없이 안정 수익 확보

농협과 수ㆍ신협, 새마을금고 등 우리나라 상호금융기관은 몸집이 커진 대신 서민금융으로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이 많다. 상호금융기관이 소규모의 지역 밀착형으로 대형 금융기관과 다른 길을 가야 자생력이 생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상호금융의 롤모델로 스페인의 '카하 라보랄(Caja Laboral, 노동인민금고)'을 언급해 주목을 받고 있다.


신 위원장은 20일 금융연구원이 주최한 상호금융 토론회에서 카하 라보랄에 대해 "회원조합의 창업단계에서부터 독점 자금지원 계약을 맺고 사업 타당성 검토에서부터 수시 경영 컨설팅과 회원조합 간 협업 중개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에 걸쳐 회원조합의 성장을 돕는 독특한 관계금융 모형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카하 라보랄은 스페인 북부의 산악지대인 바스크 지역에 위치한 몬드라곤 협동조합그룹(MCC)을 지탱하는 상호금융기관이다. 몬드라곤 협동조합그룹은 제조업과 금융ㆍ유통ㆍ지식정보 부문을 중심으로 111개 협동조합, 120개 자회사 등 총 281개 사업체를 운영하며 연 매출 21조 2,500억원을 기록한 세계 최대 협동조합이다.


카하 라보랄은 이 그룹을 지탱하는 금융기업으로 독특한 조합 운영을 통해 외부 투자 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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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드라곤 협동조합 그룹은 외부 투자를 배제하고 오로지 조합원의 출자금으로 운영한다. 이 때문에 조합은 경영성과 배분부터 경영진 선임, 새로운 투자 등의 중요 사안을 조합원 '1인 1투표'로 결정한다. 임금 삭감은 있어도 해고는 없으며, 월급은 최대 5배 이상 차이가 나지 않게 한다.

특히 각 협동조합은 매년 이윤의 10%를 카하 라보랄 자금으로 내놓는다. 카하 라보랄은 이 돈을 토대로 지역 청년의 창업 자금을 지원해주고 경영 컨설팅과 회계 자문을 해준다. 창업이 실패해도 다시 재기할 수 있게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특징이다. 투명하게 조합을 운영하고 철저하게 조합원 위주로 경영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월급은 업계 평균보다 70%로 낮지만 해고가 없고 출자금에 대해 매년 순이익 중 출자배당이 이뤄진다. 결국 퇴직한 후에도 퇴직금이 동종업계보다 높고 직원이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셈이다.

상호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장 한국의 현실에 적응하기는 어렵지만 초기 상호금융의 모습과도 흡사한 부분이 많다"면서 "몸집이 커지고 소수의 경영진이 독단적으로 운영하는 현재의 상호금융이 달라져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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