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정당의 상징색보다 지향점 보여줘야

민주당이 당의 상징색을 녹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꿨다. 당사를 서울 영등포시장에서 여의도로 옮기며 당색도 변경한 것이다. 민주당의 파란색 채택은 지난해 새누리당의 붉은색 선택만큼이나 이례적이다. 파란색은 지난 1980년 민주정의당 시절부터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게 이르기까지 22년 동안 사용해온 보수정당의 상징이었다.


민주당이 새로운 상징색을 찾은 배경은 십분 이해가 간다. 이명박 정권의 인기 추락으로 다 이겼다고 여겼던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내리 패한 데 이어 호재로 생각했던 국정원 대선개입 논란에도 정국 주도권은커녕 20% 지지율에 머무는 상황에 변화를 주고 싶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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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의 상징색은 중요하다. 지향점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양당체제가 뿌리 내리던 18세기에 보수성향인 토리당이 파란색을, 진보성향의 휘그당이 담황색을 사용한 이래 파랑은 보수, 빨강은 진보 또는 사회주의, 검정은 무정부주의나 파시즘, 초록은 환경이라는 이념을 각각 대표하는 색깔로 자리잡았다. 보수적인 공화당이 파랑, 진보성향인 민주당이 붉은 색을 사용하는 미국이 예외인 정도인데 이제는 우리나라도 미국과 비슷해졌다.

문제는 당색 변경이 초래할 정국변화에 있다. 새 정부 출범 6개월이 지났음에도 계속되는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혼란 또한 새누리당의 당색 변경과 무관하지 않다. 민주당 역시 당색을 변경했어도 핵심 지지기반인 중도세력이 원하는 개혁을 추진할 힘을 되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당색을 바꾼 민주당이 제대로 서는 길은 중도개혁 세력의 대표성 확립과 수권정당으로서의 정책대안 마련에 있다. 일부 과격 진보세력과 선을 확실하게 그을 필요도 있다. 범야권의 대표성을 과잉 행사해온 한 줌의 과격 진보세력에 밀려온 구습을 반복한다면 민주당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당색 변경에 이 같은 뜻이 녹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민생과 경제를 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정당이라면 당색 변경도 공염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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